꿈꾸는 비밀기지




 별님이 그려진 무늬의 앞치마를 목에 걸고, 배 부분에 리본을 묶는다.

 아빠에게 옷 소매를 걷어달라하고 비누로 손을 씻으면, 준비는 완료다.


「준비는 다 되었니?」
「응, 완벽해」


 가게용이 아닌 앞치마를 두른 아빠의 목소리에, 나는 제대로 대답했다.

 내일은 화이트 데이.

 화이트 데이는 발렌타인 데이에 받은 선물의 답레를 하는 날이라고 했다.

 발렌타인 데이에 나는 누나로부터 초콜릿을 받았다. 게다가 3일전 8살이되던 생일에는 수제케이크로 축하를 받았다.
 양쪽 모두 다 기뻤기 때문에, 뭔가 답례를 할 수 없나 아빠에게 상담한것이 11일 밤의 일. 그랬더니 아빠는, 화이트 데이에 보답하자고 제안했다.


「화이트 데이에 답례로, 어떤걸 해야할까?」


 이불 속에서 물어보자, 아빠는 살짝 시선을 위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흔하게라면 과자로 주는거겠지. 전에는 쿠키나 마시멜로, 캔디 같은 것들이 많았는데……」


 후훗, 하고 아빠가 그리운듯 웃는다.


「아빠도 준 적이 있어?」
「응. 옛날에」


 ――아, 하고 떠올렸다.
 매년 발렌타인 데이 날에는 엄마가 아빠에게 초콜릿을 줬었다고, 마군에게 들었던 적이 있었다.
 화이트 데이에는 그 답례로 아빠가 그 주방에서 만든 과자를 엄마에게 줬었다던가.
 상상해보니, 어쩐지 배 주위가 간질간질거렸다.


「글쎄, 지금과 비교하기는 힘드려나. 요새는, 유행에 민감하고 이상한 것 들도 제각각 즐기는것 같으니까. ……그래서, 츠즈리는 그녀에게 어떤 답례를 하고싶어?」
「어떤……」
「뭔가 물건을 건네주는 것만으로도 보답은 아니니까. 답례라해도, 과자가 아니어도 괜찮아」
「……응」


 나는 누나가 기뻐할만한 것을 주고 싶다.


(그럼, 누나가 좋아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


「으ㅡ음, 음ㅡ」


 누나가 좋아하는 것. 모미지 마을, 폼포코린, 인간과 요괴 친구들……나도, 좋아한다고 말했어. 그리고 요리하는 것, 아빠가 만든 밥과 간식을 먹는 것……


「앗」


 손가락으로 세보며 생각을 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 순간에, 이번에는 목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아빠와 함께, 과자를 만들고 싶어」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것은 몇 배나 기쁘다. 누나가 나에게 준 초콜릿도, 생일 케이크도, 그래서 내가 더 기뻐했던건 아닌지 생각하면, 나도 답례로 직접 만든 과자를 주고 싶어졌다. 깜짝 놀라게 하고싶으니까 누나에게는 비밀로 모두가 집에 없는 사이에 아빠와 과자 만들기를 했다.
 잘 구워진 쿠키가 식기를 기다리며 포장용 리본을 고른다.
 완성한 것 은, 반죽에 큰 초콜릿을 섞어 숟가락으로 떠내서 철판에 떨어트리는 쿠키. 드롭 쿠키라고 하는거야, 라고 만들기 시작했을 때 배웠다.
 숟가락으로 떨어트린 채 다듬지 않아서 모양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우둘투둘하거나, 작거나, 세모 모양에 가깝거나 반죽보다 초콜릿이 눈에 띄거나……여러가지 모양이 섞여있는 것이 어쩐지 귀엽다.
 이 쿠키를 건네준다면, 포장 리본도 훨씬 예쁜 것이 좋아. 그렇게 생각해서, 아빠에게 집에 있는 리본을 꺼내 받았다.


「츠즈리, 리본은 정했니?」
「응. 이걸로 할래」


 쿠키를 넣은 투명한 봉투를 가져다 준 아빠에게, 내가 고른 리본을 보여주었다. 새하얗고 매끈하고 부드러운, 가느다란 리본이다.


「그거……후훗. 그래, 츠즈리, 그걸로 정했구나」


 리본을 보고 깜짝 놀란 뒤 갑자기 웃기 시작한 아빠에게,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말이지, 내가 츠즈리 엄마에게 처음으로 답례를 했을 때 쓴 리본이야」
「아빠가, 엄마에게……?」
「맞아. 길어서, 반으로 나눠서 썼지. 그 절반을 츠즈리가 사용하다니, 감개무량한데」
「“감개무량”……?」

「기쁘다는 뜻이야. 그녀에게 주면 좋을 것 같구나」


 어려운 말에 천천히 따라 말하자, 아빠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응!」


 그에 기운차게 대답을 한 것과 동시에 딸랑이며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그리고「다녀왔습니다」라는 우쨩들의 목소리.


「큰일이다! 얼른 치우지않으면. 츠즈리, 내가 쿠키를 옮겨둘테니까, 세명을 맞이하고 올래?」
「아, 알았어」


 쿠키가 담긴 그릇을 허둥지둥 방으로 옮기는 아빠를 뒤로하며, 나는 맞이하러 달린다.


「누나, 우쨩, 요쨩, 어서오세요」


 ……결국, 폼포코린에 감도는 버터 향기에 바로 들켜버렸지만, 그 날 누나가 많이 기뻐했으니까 나와 아빠의 답례 대작전은 대성공으로 끝났다.




 

 

 

 

 

 

 

「점장은 없어」

출근하자마자 들려온 싫은 소식에, 신은 얼굴을 찌푸렸다.
여기는 집사와 메이드가 서빙을 하는 코스프레 카페『명토의 양』
신은 이곳에서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개점전에 찾아온 사무소에는 점장의 모습은 없고, 아르바이트생 중에 최연장자인 켄트만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오늘부터 그는 여름방학, 앞으로 당분간은 오전부터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
방학이 가장 늦은 그의 합류를 기다리다, 오늘은 아르바이트 전원이 모여 방학대책 전체 조회를 할 예정이었다.

현재『명토의 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은 총 7명.
원래, 더 많은 아르바이트가 출근했을 터였다.

「없다니,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다. 없다. 가게는 내가 열었다」
「몸살인가요?」
「유감스럽지만 그렇지 않다.
농촌에 간 것 같다」
「농촌이라니……농촌!?」

켄트가 책상 위에서 종이를 집어 건네온다.
건네받아 읽어내린 그는, 머리가 아파오는것을 느꼈다.

「『일주일 농부체험』이라고 써져있습니다만 뭔가요 이 전단지」
「놓여져있었다.
『여기 다녀오겠습니다』라는 글도 함께 기재되어있지」
「진짜네」
「꽤 자세히 알아본거같다.
여기저기 빨간줄도 그어져있고」

「그러니까
농촌의 한 농가에서 일주일 진짜 농부의 생활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숙박은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농가의 손님방을 제공, 교통수단은 하루 단 한번의 버스, 휴대폰도 통하지 않고 상하수도도 정비되지 않은 리얼한 시골생활 체험.
라는건 단순히 불편할 뿐이잖아.
아아, 요컨대 무상으로 농사를 거들라는 속셈입니까.
참가비 1000엔이라니 싸네…….
그래서 정말로 여기에 갔습니까? 뭐하러?」
「그것에 관해선 다소 짚이는게 있다」

켄트는 일어나서 벽에 걸린 달력 앞으로 다가간다.
손 끝으로 가리키는 것은, 일주일 후의 날짜였다.

「문샤인 상가 섬머페어 2011」
「음, 이 가게가 소속되어있는 상가의 이벤트」

『명토의 양』이 문을 열고있는 동네는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도시의 번화가인데, 랜드마크인 문샤인 빌딩을 딴 상점가의 명칭은 낯부끄럽다.
뭔가 여러가지 엉망이라던가, 없애버리고 싶다던가, 이 상점가에 문을 연 가게들은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 섬머페어에 맞춰서, 음식점은 여름시즌 특별메뉴를 내놓기로 했다」
「헤에」
「점장은 그 메뉴를 심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매일 밤 이 사무실에서 밤을 지샐정도였으니」
「하?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이벤트입니까?」
「가게 경영에는 성실한 사람이니까.
나도 주방담당이기에 몇번 상담을 받았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거라고 말은 했다만」
「그렇죠」
「우리는 카페라고 해도 코스프레 카페다.
홀 직원 말로는, 메이드가 오므라이스에 케찹으로『여름!』이라쓰는, 퍼포먼스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라고할까, 그거 말한 사람 잇키상 아닙니까?」

『명토의 양』은 코스프레 카페답지 않은 커피와 분위기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 메뉴를 새 메뉴와 이름붙여서 선보이면,『명토의 양은 역시 단순한 메이드 카페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해야될 것이다.

「그래서, 그 새로운 메뉴와 농부체험이 무슨 관계가 있나요?
설마……」
「그저께 내가 만났을때, 점장은『역시 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지 않은것이 치명적인게 아닐까』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럼 점장은, 새로운 메뉴를 위해 야채 재배체험을 하러 간건가요……?」
「아마 그렇겠지」
「바보 아니에요!
왜냐하면 지금, 섬머페어는 일주일 후인데.
일주일 농부체험이잖아요? 일주일 지날쯤에는 모두 끝나잖아요?」
「음. 바로 그 점을 간파하다니 제법인데」
「데려오도록하죠」
「하지만, 휴대폰이 통하지 않는다」
「운영단체에 전화해보면 되겠죠」
「조금전 전화해보니,『현재 일주일 농부체험 안내원으로 출장중 입니다. 용무가 있으신 분은 휴대폰으로 연락해주세요』라고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휴대폰이 안통하는데?」
「깜빡 잊어버린걸까」
「……바보뿐이네」

하지만,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가게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대로 점장이 돌아오지 않으면, 일주일 후의 섬머페어는 남아있는 전력만으로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개숙인 두 사람은, 그래도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얕잡아보고 있었다.

15분 후.
개점 시간에도 아르바이트는 4명밖에 모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중얼거린것은, 출근한 잇키였다.
가장 오래된 아르바이트생으로, 여성에게 인기가 많아 이 가게에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플로어 직원이다.

「지각 상습범인 사와양은 그렇다 치고, 다른 두 사람은 전체 조회에 지각한다고 생각치않는데」
「그렇죠」

동의한 것은, 다른 플로어 직원인 토마.
신과는 어릴때부터 사귀어왔으며, 또 다른 한명의 소꿉친구와 함께 이 가게에 근무하고 있다.

토마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부터 그 녀석한테 전화하는데, 전파가 통하지 않는다고 안내멘트만 계속 나오고 있어요.
걔네 집에서 여기까지 걸어서 다니니까, 지하철을 타고 오고있는것도 아닐테고, 타이밍을 생각해보면, 매우 수상합니다」
「그녀도 함께 갔나? 사와양도? 미네도?
우리에겐 한마디도 없이?」
「그렇게 보긴 어렵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런것 아닌가요?」

개점 시간이 지난 사무실에, 모인 것은 모두 남자 직원뿐.
이 자리에 있어야할 점장과 여자 직원들이 없다.
휴대폰은 모두 연락 불가.

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남자 직원들은 사태를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이거, 뒤를 맡기겠단 뜻이겠지」

잇키의 중얼거림에 토마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고의인건지 어떤건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네요」
「이 경우, 점장 대리는 나겠지?」
「제일 근무도 오래했고, 나이도 많으니까요」
「……나는 여자애들만 상대하고 싶은데」
「포기하세요.
남자 손님도 경리도 경영도 우리들이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어요」

그렇다, 그들은 두고 갔다.
지금부터 일주일간 가게 운영과 주말에 열리는 섬머페어에 관한 여러가지를 몰아준것이다.

「점장,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우리에게 말을 안해준걸까」

토마가 흘려말하자, 잇키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건 역시, 말해버리면 반대당하기 때문아냐?」
「역시 그런건가요」
「점장이 그렇게 하자고 말하면, 여자들은 거절하지 않을테니까」
「사와나 미네라면, 거절하기는커녕, 희희낙락하며 오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한명은……아니, 무리인가. 다른 세명이 마음 내키는대로 저지른거겠지」

혼자서 곤란해할 그녀를 떠올리며, 그들은 저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아마도 당황해했을것이 틀림없다.
분명, 점장과 친구 둘에게 밀어붙여져서, 무슨 말을 들었을까.

별로 마음쓰지 않고 있었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아무튼, 최대의 걸림돌은 일주일 후의 섬머페어네요」

토마가 문제를 이끌어낸다.

「점장도 고민한 문제의 새로운 메뉴를 내놓지않으면 안된다는겁니다.
그럼, 언제까지 생각해내는게 좋을까요?」
「주방팀, 어떻게 생각해?」
「오늘이라도」

잇키가 주방팀에 시선을 돌리자, 신이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개점때 재료 발주가 있고, 메뉴의 인쇄물이나 원가계산등 여러가지가 있어서.
준비기간이 일주일이면 짧은겁니다」
「신, 너 바로 새로운 메뉴를 생각해볼래?」
「그런 일 해본적 없습니다만」
「괜찮아, 아무도 해본적 없으니까」
「뭐, 하라고 말한다면 생각해보겠지만.
그래도 자신은 없네요」
「좋아.
『집사의 섬머 티』라는 이름을 붙인 아이스티라도, 나는 뭐라하지않겠어」
「알겠습니다, 그보다는 가게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잇키는 켄트에게 시선을 돌린다.

「켄 쪽은 어때? 주방 담당으로서」
「조금 전 대답과 동일하다.
생각은 해보겠지만, 자신은 없다」

「좋아, 그럼 두 사람은 우리 가게에 맞는 메뉴를 생각해보도록 하고」

잇키가 책상을 치며 일어났다.

「컨셉은 『여름』
남자 인력들만 있는 셈이니까, 대상 고객은 여성 한정.
여자아이가 좋아할 메뉴를 생각해보고.
실제로 먹어보고 어떤 요리를 내야할지 선택해야하니까, 저녁까지 시범삼아 만들어보기. 괜찮지?」

「……알겠습니다」

주방팀은 거절할 수 없었다.

앞으로 일주일, 그들은 경험해본 적 없는 업무들을 차례차례 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그 첫걸음일 뿐이다.

「켄과 신이 열심히 하는 동안, 가게는 우리들이 맡는다.
괜찮지, 토마」
「어쩔 수 없네요. 버텨보자구요」

믿음직하게 대답을 하던 토마는, 그 뒤에 작게 덧붙였다.


「……하지만, 신과 켄트상이 여성전용 메뉴를 생각해 낼 수 있을까요?」

어찌되었던, 그들의 분투가 시작되었다.

 * * *

「어디보자, 그럼……」

다른 사람들이 각각 플로어와 부엌으로 나간 후 신은 홀로 사무소에 남아있었다.

새로운 메뉴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기에 상상할 수도 없었다.
휘적휘적 메뉴판을 넘기며, 지금의 메뉴와 낯설지 않은 품목들을 생각해본다.

『명토의 양』에서 제공하는 것은, 점장님이 엄선한 여러 종류의 커피와 홍차 외에 약간의 식사 메뉴이다.
샌드위치나 카레를 제공하는 카페는 많지만,『명토의 양』이 제공하는 것은 좀더 볼륨감이 있고 종류도 풍부하다. 맛은 모르겠지만, 주문 해보고 싶은 별난 상품이 특징이다.
여름 메뉴로 특색을 내세우고자 한다면 이건가.

「대상 고객은 여성한정, 이지……」

여성이라고 한다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역시 소꿉친구의 얼굴이다.
혼자서 자취를 하고있는 탓인지, 이 가게에도 가끔 외식을 하러 온다.
그 녀석에게 무엇을 먹게해주고 싶은가.
그렇게 생각해보니, 의외로 조금씩 떠오른다.

「어떻게된걸까, 그 녀석」

정말 농촌으로 끌려간걸까.
낯선 농사일을 해보고 있는걸까.
점장과 사와가 함께라면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속은 편하지않다.
농사일에 무척 고생한다하더라도, 그건 그거대로 괜찮다.
조금 정도는 고생을 하는 편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살빼고 싶어했으니까,조금 힘쓰는 일도 괜찮을거다.

그래도, 그 녀석이 힘들다하면, 눈 앞에 있었으면 좋겠다.
휴대폰 전파도 닿지않는 곳에 있어서 도와줄 수도 없다.
쓰러지지않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한 신은, 매정한것 같더라도 결국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아, 그렇지. 그걸로 하자」

메모에 생각해둔 메뉴를 적으며, 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새 메뉴인가……」

주방의 큰 냉장고를 열며, 켄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단가 계산의 종류라면 잘 할수있다.
수학을 전공한 켄트에게. 숫자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은 말을 말하는 것과 같다. 매입이나 재고관리를 하는 것도 자신의 일로서, 켄트가 주방에서 근무한 이후로 경비삭감이 이루어져 가게에 이익이 올랐다고 점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하지만, 여자가 좋아할만한 새로운 메뉴의 고안이라면, 완전히 전문 밖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모르겠다.

「여성이라고 한다면, 달콤한 것인가?」

그러고보면, 이 가게 3명의 그녀들도 가끔 손님으로 나타나 조리실의 디저트를 누리는 듯 했다.
전에도 쇼핑중이라고 말하며 나타났다. 미네가 교대하던 날이었지만, 남은 두 사람이서 어떻게할까 끝끝내 고민을 하다가, 결국 3개의 케이크를 주문했다.
들으면, 미네가 휴식에 들어갔을때 셋이서 나눠먹은 듯 하다.

「여자란, 모두 그런것인가」

평소 주방에 있는 켄트지만, 그때는 아는 이들을 상대로 만든 것이었기에 만든 케이크를 들고 직접 서빙을 했다.
서빙일을 하면서 익숙한 케이크를 보고도 그녀들은 우와-하며 환성을 질렀다.
그 타산적임에 쓴 웃음을 지었지만, 눈 앞에서 직접 마주본다는 것은 만든이로서 기쁜 경험이었다.

그렇게 회상하며 웃는 켄트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여성전용 메뉴라고 한다면, 그녀들이 그런 얼굴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거겠지」

떠오른 메뉴의 원가를 바로 계산하고, 조금 비싸다고 느낀다.
하지만, 주말만 제공된다.
이 때 이익률은 다소 낮아도 문제 없을 것이다.

정확한 분량 계측이 명의 케이크 만들기 못지 않은 작업이다.
켄트는 냉장고 안에서 몇가지 재료를 꺼내어 작업대에 늘어놓기 시작했다.

 * * *

「그럼, 두 사람 모두 모여볼까」

부엌을 들여다보러 온 잇키가 그렇게 말한 것은, 문 가까이 황혼이 찾아왔을 때 였다.

이 가게가 다과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점심시간 이기에 저녁시간이 가까워진 매장을 찾는 사람은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벤트를 하기에는 적당한 정도의 손님이다.

「지금 남아있는 손님에게 앞으로 시식 시간이 시작된다고 모두 설명한 상태야
참여해주기로 한 사람들이 남아있으니까, 너희들은 모두의 앞으로 나가서 각자 자기 요리의 장점을 설명하도록 해.
그 후 손님이 두가지를 먹어보고,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것을 채용하기로 하자.
OK?」

잇키가 주방의 두 사람을 본다.
신과 켄트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선 신군부터……시작!」

 * * *

「내가 여성 손님용으로 만든 여름 메뉴는『김치육개장국밥 와사비무침』입니다」

긴장하며 말하는 신의 앞에, 뜨거운 김을 내뿜는 육개장 국밥이 등장했다.
여름 메뉴라고 하기엔 상당히 뜨거운 어려운 선택이었다.

「나의 소꿉친구가 종종 다이어트를 하는데, 여름에 다이어트라니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녀석 원래 살찌는 체질은 아니니까, 스태미너 부족으로 쓰러질 수도 있고.
하지만 여름은 수영복을 입기위해 마르고 싶어 하는것도 알기때문에……
건강하게 땀을 흘리며 다이어트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맵고 뜨거운 것은 땀을 흘리게한다.
다이어트는 충분한 양을 섭취하고 신진대사를 높이는 것이, 몸에 더 좋다.

「야채를 많이 끓여넣었기 때문에, 영양가도 높고.
이걸 먹고 제대로 스태미너를 올려서, 섬머페어에 거리를 돌아다녔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와사비를 넣은 것은 신경을 써본건데요. 다소 텁텁할까 싶어서.
먹어봤는데 잘 맞았으니 걱정마세요」

한 입 먹어 본 손님으로부터, 납득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일본식의 자극과 한국식의 자극이 섞인 자극투성이지만, 뒷맛이 의외로 시원해서 계속 들어간다.

먹고 움직이며 살을 뺀다는, 남자다운 발상의 다이어트 메뉴였다.

 * * *

「내가 여름용 메뉴로 만든 것은, 디저트 접시다.
제목은,『티라미수 아라카르트 여름귤 곁들임』
세가지의 디저트로 여름귤 소스를 더한다」

켄트가 해설을 시작하면, 육개장 국밥을 먹고 난 손님 앞에 화려한 디저트 접시가 들어온다.
여성고객들이 행복하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이 가게의 여성들이 접하는 디저트 단가는 음료를 포함하여 평균 900엔 정도이다.
여성은 아무래도 여러종류의 디저트에 유혹당하는것 같다.
그 900엔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되도록 많은 디저트를 시식할 수 있도록 세가지의 디저트를 조금씩 쪼개어 올렸다」

중심이 되는 것은 티라미수와 가토 초콜릿의 케이크 두 종류.
그 곁에 작은 돔을 이루고 있는것이 레몬 셔벗.
여름귤의 소스가 눈에 선하다.

「문제는 코스트 퍼포먼스가 나쁜 점이다.
음료를 미니 아이스커피에 한정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있지만, 사실 원가는 아슬아슬하며, 수고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문받지 않는 것이 다행인 정도다.
조금 손이 덜 가게 되겠지만 1100엔까지 단가를 올리면 제대로 된 음료를 쓰기도 적당하다고 생각됨에 검토중이다.」
「켄, 우리의 경영사정은 폭로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잇키로부터 지적받는다.

「나의 제안은 이상이다」

 * * *

「어느 쪽도 맛있네」

셔벗에 숟가락을 찌르면서, 단골 손님인 우쿄가 웃는다.
옆에 있던 토마가 반갑게 웃어보였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입니다」
「점장이 없어도, 충분히 해나가잖아?」
「의외로, 그런걸까요.
저로선 그 두명으로부터 제대로된 여성용 메뉴가 나온것에 놀랐다구요」
「잇키와 토마는 전혀 관련없는거야?」
「전혀요. 저희들은 손님 상대하는게 고작이었기때문에.
메이드가 없다는 것을 사과하고 다니지 않으면 안되었고」
「아아, 플로어는 플로어에서 힘들구나」

손이가는 메뉴를 판매 중단함으로써 주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플로어의 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두 사람 모두, 좋아하는 여자아이라도 생각하면서 만든걸까.
그런 느낌이 드네」
우쿄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운다.

「……그렇다면, 상당히 성격 나오네요.
운동하면서 살을 빼자는 신과, 어떻게든 좋아하는 것은 다 먹자는 켄트상」
「양쪽 모두 상대방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지만」
「선택하기 어렵네, 이건」
「선택하지 않아도 되잖아?」

슬쩍 우쿄가 말을 했다.

「외부인의 재량적인 의견이지만.
식사와 디저트인데 둘 다 있어도 좋지 않을까」
「아, 그래도 아마 비용이나 손이 드는 거까지 생각을 해봐야」
「뭐, 그렇겠지만.
하지만 지금 있는 모두에게, 경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본래의 일은 아니잖아?
점장이 없어서 힘들다는건 당연하지만, 점장이 없어서 좋을대로 해버리자! 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않을까 싶어.
나는, 그 두 사람이 처음으로 메뉴를 생각해낸본 것에 대해 노력상을 주고싶어」
「……그런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방법도 있네요」

마침, 투표를 모두 회수한것 같은 잇키가 다가왔다.

「다음은, 우쿄상뿐이네요」

우쿄는 잇키의 투표 용지에 눈길을 보낸다.

「투표 상황은 어때?」
「육개장이 1표 부족해요」
「그럼 나는 육개장에 투표」
「에, 동점?」
「안될까나?」
「뭐 괜찮지만……그럼 둘다 해볼까나」

잇키도 담백하게 수긍한다.

토마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좋은게 좋은거라 넘어갔다.

「이 일주일간 들썩거리겠네요」
「그래그래, 잔치를 벌려볼까」
「점장이 왔을 때 가게가 뜻하지 않게 되어서 놀랄지도 모르겠네요」
「놀랄정도면 좋겠네요.
이쪽이 놀란만큼 앙갚음으로」

어쨌든,『명토의 양』은 점장이 없는 체제로 나섰다.
이런 엉뚱한 일 속에서 뭔가 헤쳐 나가는 동료들을 조금 자랑스럽게 생각한 마음은 각각의 가슴 속에 간직된 것이었다.

 

 

 

 

'번역 소설 > AMNES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AMNESIA 『잘자, 나의 소중한 너』  (0) 2015.09.29

십귀의 연 -어떤 칠석 날-


 


어느 해, 7월 7일의 낮──.

야세 마을에 우연히 모여있던 십귀중의 두령들.

거기서 어느 할아버님으로부터,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인간의 행사 이야기를 듣는다.

그 행사라는 건, 7월 7일에 행해지는 "칠석" 이라는 것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그 행사에, 처음엔 난색을 나타내는 일동이었지만,
"소원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라고 하는 것이, 각자의 머리속에 남아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치토세 「좋아, 이 근처까지 왔으니까 괜찮겠지」

카즈야
 「뭘 하고 있지?」

치토세
 「우와아아! 카, 카즈야!?」

카즈야
 「?」

치토세
 「왜 이런 한밤중에 밖에 있는거야.
    빨리 돌아가서 자는게 좋다구」

카즈야
 「너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이런이런. 소란스럽다고 생각해서 와봤더니, 역시 치토세였습니까」

치토세
 「어쨰서 나한테만 그러는거야! 카즈야도 있겠지」

카즈타케
 「하아, 하아, 하아……, 응? 어이, 너희들.
    이런 곳에 모여서 뭐하는거지?」

  「나는 산책이에요. 눈이 떠져 버려서요」

카즈야
 「나는 밖의 공기를 마시러 나왔을 뿐이다. 카즈타케는……수행인가?」

카즈타케
 「아아. 매일 저녁에 하지 않으면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아서」

일동 「…………」

치토세
 「뭐, 뭐야? 나도 산책이야, 산책」

  「당신이 산책? 훗」

치토세
 「나는 산책하면 안되는거냐!?」

카즈야
 「믿을 수 없군. 지금까지 그런 행동을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카즈타케
 「뭐, 치토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카즈야의 의견에 동감이군」

치토세
 「큭……!」

  「자, 칠석도 되었겠다, 소원을 빌러 왔다고 자백하세요」

치토세
 「어, 어어어어째서 알고――」

  「이런, 적중이었습니까. 두령이라는 자가 소원……그래요 그렇군요」

치토세
 「신! 너, 알고서 내 뒤를 따라온거지!」

카즈야
 「흠. 어제, 늙은이가 말했던 인간의 행사 말인가」

카즈타케
 「……그런 것 같군. 치토세답다고 해야하나, 하하하」

유키나
 「……응? 여러분, 이런 한밤중에 뭐하고 있습니까?」


 



수행을 하고 있던 유키나에게 발견되어, 모두, 팔각당으로 돌아오지만,
치토세를 위해 어울려 주도록 하지요, 라는 신의 제안에, 각자 소원을 쓴다…….


 


고기를 잔뜩 먹고싶다. 치토세



 

검을 바꾸고 싶다.  카즈야



 

강한 녀석과 싸우고 싶다. 카즈타케



 

인간이 멸망하도록.  신


――그리고, 그녀의 소원은…….


 



일동 「…………」

카즈타케
 「적당한 때에 긴오에게 방해받아 버렸네, 하하하」

치토세
 「저 놈의 새가아아!」

  「자자, 치토세. 진정하세요. 내가 가르쳐 줄테니까」

치토세
 「가르쳐 주겠다니……아는거야?」

  「잘 보면 알수 있어요. 여기에 써져있는 글자는, 크기로 봐서
    한 글자 입니다. 즉……『신』. 저를 말하는 거에요」

치토세
 「에……」

카즈야
 「아니, 긴오의 발자국 크기로 봐선, 두 글자가 가려졌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나일 가능성도 있다」

카즈타케
 「어이어이, 카즈야 뿐만이 아니겠지. 나나 치토세일지도 몰라.
    뭐, 이런 곳에서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 보단,
    본인에게 확인하는게 제일 좋겠지」


 


모두가 행복해 지도록.  유키나


어떤 칠석 날의 이야기였습니다.





【끝】

 

 

 



【一】


「관우, 잘 보고 있어」

유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를 비틀어 오른손을 몸의 뒤로 돌린다.
그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끈을 감은 나무로 만든 팽이였다.
그 표정은 진검을 쥔 그 자체.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다.

「에잇!」

귀여운 외침과 함께 오른손을 움직여 팽이를 던졌다.
조금 기세가 줄었지만, 팽이는 간신히 마루 위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해냈다! 해냈다구!」

날뛰며 기뻐하는 유비를, 관우는 상냥하게 바라본다.
그렇지만, 그 표정은 살짝 그늘져 있었다.
왜냐하면, 여기는 낙양에 있는 조조의 저택.
눈 앞의 유비는 인질로서 이곳에 있으니까.
황건적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그 결백을 증명하기위해 관우를 비롯한 묘족들은 유주의 마을을 나왔다.
게다가, 조조에게 유비를 인질로 잡혀있는터라 그의 부하로서 싸우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나마, 인질이라고는 해도 유비가 난폭한 취급을 받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관우가 유비를 찾아오는 것도 허가되어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대로일 수는 없어)

유비를 데리고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간다.
그것이 관우부터 시작해서 묘족 모두의 소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것을 실현시킬만한 수단은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다.
한숨이 나온다.
그런 관우의 얼굴을, 유비가 걱정스러운듯이 바라보았다.

「관우, 왜 그래?」

당장이라도 울 것같은 유비의 표정에, 관우의 가슴이 쿡 하고 따끔했다.

「괜찮아, 유비. 아무것도 아니야. 있잖아, 다음 팽이도 돌려보자」

관우의 웃는 얼굴에 안심했는지, 유비는 크게 수긍했다.

「응, 알았어. 그럼 다음은 이쪽의 팽이…」

하던, 그 때였다.
넓은 실내에 중후한 목소리가 울린다.

「와 있었는가, 관우」

그 목소리를 잘못 들을리가 없다.
묘족을 인간의 싸움에 말려들게 만든 장본인, 조조였다.
표정을 굳힌 관우는 목을 움직인다.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조조가 보였다.
바로 뒤에 하후돈의 모습도 있다.
묘족에 대한 모멸이나 미움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으며 관우를 노려보고 있다.

「왜, 내 방에 오지않지? 인사 한번 정도는 하러 와도 좋은것이 아닌가?」
「공교롭게도, 나는 당신에게 용무가 없어요. 유비를 만나러 왔을 뿐이니까」

단호하게 말하는 관우에게, 하후돈이 외친다.

「네 놈! 조조님께 무슨 말버릇이냐」
「진정해라, 하후돈」

분개하는 하후돈을 한 손으로 제지하고 나서, 조조는 재차 관우를 바라본다.

「마침 잘됐다, 관우.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나에게?」
「가도(街道)에 황건적이 나타났다는 알림이 왔다. 십삼지 몇 명을 데리고 그들을 토벌해라」

유비가 인질이 되어있는 이 상황에서,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관우에게 불가능했다.

「알겠어…요」

작게 수긍하며, 관우는 걱정스러운듯이 자신을 올려보는 유비에게 고했다.

「유비, 그러면 나, 다녀올께」

유비로부터 멀어지려는 관우.
그러나 그 손이 유비에 의해 강하게 잡힌다.

「저기 관우,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당장이라도 울 것같은 얼굴로, 유비가 관우를 올려보고 있다.

「걱정하지마, 유비」

불안해하는 유비에게, 관우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나는 제대로 돌아올테니까. 유비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을테니까. 약속이야」

유비의 머리에 손을 얹어 은발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관우는 방을 뒤로한다.

「조조님!」

참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하후돈이 소리를 짜냈다.

「십삼지에게 명령하지 않고도 제가!」
「불만인가, 하후돈. 그렇다면 너도 같이 가도 좋다」

조조의 제안에, 하후돈은 의욕을 보이며 수긍한다.

「………네. 십삼지의 힘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이 제가 놈들에게 깨닫게 해주겠습니다」

하후돈은 한번 예를 갖추고, 강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간다.

「훗, 깨닫게 되는 것은 과연 어느쪽일까」

조조는, 조용히 미소를 흘렸다.





【二】


「정말, 짜증나네─」

관우의 바로 근처에서, 장비가 큰 소리로 투덜댄다.

「언제까지 조조 녀석에게 계속 혹사당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조조의 명에 의해, 가도에 정찰을 나가는 도중이었다.
관우, 장비, 그리고 묘족의 정예 몇 명이 한 무리가 되어 걷고있다.

「어쩔 수 없어. 장비, 유비가 인질로 잡혀있으니까. 솔직히 따를 수 밖에 없잖아」
「그런거 알고있어. 우리들은 여기서 계속 싸울 수 밖에 없는거겠지」

장비는, 그 시선을 조금 앞에서 걷고있는 하후돈의 등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단언했다.

「유비를 위해서다. 진절머리나는 녀석이지만, 같이 싸워줄께」
「잠깐, 장비」

관우가 나무라는것도 늦었다.
하후돈은 발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았다.

「착각하지 말아라」

눌러참는 목소리로, 하후돈은 말했다.

「나는 십삼지와 함께 싸울 생각따위 없다. 여기에 온 것은, 네 놈들에게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다.
 네 놈들의 힘 따위, 조조님에겐 필요 없다는 것을」
「그쪽이야말로 착각하지 말라구.
 애초부터 우리들은 조조의 힘이 되고싶단 생각 요만큼도 안한다구」

조롱하는 것 처럼 장비가 콧소리를 냈다.

「유비를 인질로 삼아서 우리들의 힘을 쓰고싶어 하는 것은, 조조 녀석이라구」
「크윽」

사실을 들이대자, 하후돈이 우물거린다.

「…조조님도, 머지않아 알게 되실거다. 이런 무리의 힘 따위 필요 없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하후돈이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관우가 긴장한 목소리로 고한다.

「모두, 조심해. 황건적이야」

건들거리며 모습을 나타낸 것은, 스무명에 가까운 남자들이었다.
머리에는 황건적이란 증거인 황색 옷감을 두르고 있었다.

「낙양에서 군사를 보내왔나. 좀 화려하게 일을 벌였던 것 같네」
「뭐 어때, 이 근처에서는 충분히 벌었으니까. 또 다른 곳으로 가면 되지」
「이런, 그 전에 이 녀석들을 죽여두지 않으면」

황건적들은 각자 무기를 들었다.
수적으로 우세해 벌써부터 이긴 것 마냥, 여유로운 미소를 띄고 있다.
그 미소가 얼어붙은 것은, 말없이 검을 뽑은 하후돈이 가까운 적을 일격에 쓰러트린 후 였다.
그 힘에 황건적들도 술렁거렸다.

「이 녀석들, 단순한 정찰병이 아냐」
「에에잇, 모두 공격해라!」

황건적들이 일제히 들이닥쳐온다.

「몇 명이든 마찬가지다!」

하후돈은 한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엉성한 잔재주나, 손놀림의 기술등에 의지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나간다.
성실하고 정직한 그 다운 싸움이었다.

「잘 봐라! 십삼지! 이것이, 조조님을 위해 가다듬으며 훈련한 나의 무(武)다!」

생각했던대로 힘차게 검을 휘두르면서, 하후돈은 관우에게 눈길을 보냈다.

「!?」

숨이, 일순간 멈췄다.
관우는, 유연한 몸놀림으로 적의 칼날을 피하면서 손에 든 언월도를 휘두르고 있다.
일류의 무를 가진 하후돈이기 때문에 더욱, 관우의 힘을 한눈에 간파해 감탄한다.

(저 여자, 강하다. 어쩌면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업신여겨야 할 존재인 십삼지의 여자가, 자기보다 무에서 뛰어나다.
그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럴리가 없다!」

거친 목소리를 낸, 하후돈은 자신의 싸움으로 돌아온다.
지금까지 보다 더 격렬하게 적을 베어 넘어뜨려간다.
적이 쏜 화살이 뺨을 스쳐 희미하게 피가 맺혔지만,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윽고, 마지막 한명이 지면으로 쓰러졌다.

「끝났네요」

후우 하고 숨을 내쉬는 관우의 코 끝에, 하후돈은 자신의 칼날을 들이대었다.

「여자, 나와 겨루자! 지금 여기서!」
「엣!?」
「싸우자! 내 실력이 더 우수하단 것을 증명해주겠다!」
「네 녀석! 뭐야 난데없이」

불만에 가득찬 장비가 소리쳤다.

「그렇다면 내가 상대해주겠어!」
「그만둬, 장비」

주먹을 움켜쥔 장비를, 관우가 말렸다.
그리고, 하후돈에게로 고개를 돌려 분명하게 말한다.

「나는, 무의미한 싸움을 할 생각은 없어요.
 적어도, 당신과 나는 적이 아니니까」

관우는 품에서 곱게 접은 천을 꺼낸다.
하후돈에게로 다가가, 그의 뺨으로 손을 내민다.
상처에 천을 갖다대었다.

「무, 무슨 짓이냐!」

하후돈이 관우의 손을 뿌리친다.

「놀라지마요, 단지 피를 닦았을 뿐이니」

관우는, 하후돈의 손에 천을 쥐어주었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이걸로 조금이나마 지혈해두는게 좋아요」
「무……」
「누님! 이제 돌아가자구. 언제까지고 이런 녀석 상대할 필요 없다구」

장비가,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말한다.

「그래」

하후돈을 그 자리에 남겨두고, 관우들은 왔던 길로 돌아간다.

(저 여자는, 나를 분발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하후돈은, 관우에게 건네받은 천으로 시선을 내렸다.

(단지 상처를 닦았을 뿐이라 말했는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동요하고 있지?
 어째서 내 마음은 이렇게도 흐트러지는 것일까)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에, 하후돈은 혼자서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三】


활기찬 낙양의 중심부를, 싸움을 끝낸 관우와 장비가 걷고있었다.
함께 싸운 다른 묘족들은 벌써 거류지로 돌아갔다.

「장비, 무리하게 같이 갈 필요 없어. 조조에게 보고하는 건 나 혼자서도」
「괜~~~찮다니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우기면서, 장비는 내심 중얼거렸다.

(누님만 고생시킬 수는 없다구)

조금 전의 싸움으로, 장비는 아직도 자신이 관우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강함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후돈에게 도발되어도, 누님은 냉정했지만. 그에비해 나는……)

이대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봤자 자신은 모자른 남동생에 그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니까, 조조에게 보고하는 것을 관우 한사람에게만 맡길 수 없었다.
적어도 같이 고생해 의지할 수 있는 남자로 성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는 누님과 함께 갈꺼야.
 조조 녀석에게 누님 혼자가면,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장비.
였는데, 그 발이 멈췄다.

「!? 어째서 저 녀석이 여기있는거야!」

의아스러워하며 얼굴을 찡그린다.

「장비,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누님, 다른 길로 가자」
「어째서. 이 길이 제일 빨라」
「아니, 가끔씩은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응? 괜찮지?」

어떻게든 관우를 다른 길로 유도하려는 장비.
강하게 밀려 한 차례 따라간 관우였지만,

「아, 조운!?」

앞쪽에 서 있는 면식이 있는 청년의 모습을 깨닫는다.
관우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일까.
청년이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다가온다.

「오랜만이네, 관우」
「조운, 왜 당신이 여기에?」
「공손찬님의 심부름으로. 날이 저물면 북평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다행이다.
 너와 이렇게 만날수 있어서」

조운은, 관우의 눈동자를 지그시 응시했다.

「너와 만날 수 없던 날들이, 내게 어찌할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게 해준다.
 틈만나면, 너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이런 말을 해버리는게 조운이라는 남자였다.

「저기」

이런말에 그다지 익숙치않은 관우는, 조금 부끄러워져 버린다.

「응?」

그런데, 조운이 작게 소리를 높인다.

「관우, 그 모습은?」
「아, 이건」

관우가, 모래먼지로 더럽혀진 자신의 옷을 봤다.

「지금, 잠깐 밖에 나갔던 참이라」

황건적과 싸우고 있었다…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관우를 보통 여성으로서 대해주는 조운에게, 무기를 손에 든 자신을 조금이나마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가」

더 이상 물어보는 것 없이, 조운은 수긍한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해낸 것처럼 입을 열었다.

「관우, 내가 옷을 선물할 수 있게 해주지 않겠어?」
「엣?」
「마침, 바로 저기에 옷을 파는 가게가 있다」

조운이, 나열된 노점의 한 곳을 가리킨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옷들을 모아 팔고있는 가게였다.

「조운, 모처럼이지만, 난 옷은」
「괜찮으니까 가자. 공손찬님도 묘족과 만나면 받은 만큼 보답하라고 말하시니까」

관우의 손을 잡아, 반 억지로 이끌고 간다.

「잠깐 기다려어어어어!!!」

장비가, 쭉 참아왔던 불만을 폭발시켰다.

「조운, 너 무슨 제멋대로인 말을 하는거냐! 누님이 싫어하잖아!」

두 사람의 손을 끊어내며, 조운의 앞에 선다.

「누님의 옷을 사준다니 쓸데없는 참견이야.
 애초에, 누님이 무슨 옷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확실히, 나는 관우와 알게된지 얼마 안되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천천히 고개를 젓는 조운이었지만,

「하지만, 관우에게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는 안다고 생각한다」

당당한 태도로 단언한다.

「그래, 예를 들면…」

조운은 옷가게로 향해, 옷 한벌을 골라 그것을 들어보인다.

「이런 것 어떤가?」

옅은 연둣빛의 옷이었다.

「관우의 아름다움에는, 이런 색이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바보! 너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대항 의식에 불이 붙은 것 같다.
장비도 그 옷가게로 다가가, 옷 한벌을 손에 든다.
주홍빛에 물들은 천으로 만들어진 옷이었다.
꽃 모양이 수놓아져 있다.

「누님에게는 이 정도로 정열적인 옷이 어울린다구!」

두 사람의 의견은 정면으로 대립했다.
서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기, 두 사람. 적당히…」
「좋아,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이 화려한 장식이 누님에게 딱이네!」
「이 쪽의 옷도 나쁘지 않다. 이 광택이, 관우의 아름다움을 감싸준다」

두 사람의 옷 고르기 전투는 끝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후우 하고 한숨을 쉬며, 관우는 그 자리를 뒤로한다.

「정말, 둘 다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니까」

관우가 입 안에서 작게 중얼거린다.

(저런 눈부신 옷, 나에게는 필요없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반면, 작은 불안도 느낀다.
관우는 자신의 옷차림을 본다.
움직이기 편한 의상이다.
싸움을 마치고 온 그것은, 모래먼지로 더러워져 있다.

(이런 모습은, 여자아이로서 문제가 있는걸까?)

그런걸 생각하며, 조금 암담한 기분이 되어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관우상」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봄의 햇살을 연상시키는, 온화하고 침착한 분위기의 목소리였다.
발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상냥한 미소를 띄운 청년이 서 있다.

「죄송합니다, 혹시 놀라게 해버렸나요?」
「아뇨, 괜찮아요」

관우는, 웃음지으며 바라보았다.

「오늘은 여포와 함께가 아니네요?」
「네, 여포님은 자택에서 쉬고 계십니다. 저는, 여포님이 주문하셨던 화장품을 받기위해」

장료는, 손에 들고있던 소포를 들어보인다.

「그런데 관우상. 어두운 안색을 하고 있습니다만, 뭔가 고민이라도?」
「고민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망설이고나서, 관우는 입을 연다.

「저기, 장료. 나도, 조금은 멋부리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여포처럼 아름다운 옷을 입는다던가」
「그렇네요, 확실히 꾸민 관우상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먼저 말하고 나서, 장료는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하지만,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정말로? 이런 모래투성이라도?」
「그게 당신의 아름다움을 훼손시키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장료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여포님도 아름다운 분입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저는 당신으로부터 느낍니다.
 생명력의 찬람함이라고 할까요? 그것이, 저에게는 무척 눈부시다고 생각됩니다」

장료는, 살그머니 양 손을 관우에게로 뻗었다.
그리고, 관우의 옷에 묻어있는 먼지들을 털어낸다.

「봐요 이렇게, 먼지같은 건 털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좀 더 자신의 아름다움에 자신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옷은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분입니다.
 그것은, 제가 보증합니다」

장료의 말에 관우는 기쁘면서도, 부끄러워졌다.

「고, 고마워요. 장료. 그러면 나, 볼 일이 있으니까」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뒤로 해버렸다.





【四】

슬슬 어슴푸레해지는 황혼의 시간.
조조의 저택에 관우는 도착했다.
문지기에 용건을 고하면, 관우는 바로 조조의 방으로 안내받는다.
그다지 오래 기다릴것도 없이, 조조가 모습을 나타낸다.
관우의 눈 앞, 좀 더 높은 마루에 조조는 앉았다.

「기다리게 했군. 관우」
「일단 보고하러 왔지만, 혹시 이미 하후돈에게 들었다거나?」

관우의 물음에, 조조가 가볍게 수긍한다.

「그렇, 다면 이제 필요없네요」
「기다려라, 관우.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일어서는 관우를 조조가 불러 세운다.

「하후돈이, 보고하면서 끊임없이 말했다. 너는 방심해선 안되는 여자다…라고.
 평소와 다른 불안한 모습인데. 저건 도대체 어떤 의미지?」

관우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것 모르겠네요.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겠지요」

등을 돌려 떠나려는 관우의 팔을 조조가 잡는다.

「나는, 너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아파요, 놔요. 조조」

작게 비명을 지르는 관우.
그런 모습이, 조조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일으킨다.

(이번 일로, 하후돈이 십삼지의 힘을 인정하게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 이상이다. 하후돈은 관우라는 존재에게 무엇인가를 느낀 것이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지? 관우는 하후돈에게 무엇을 보인거지?
 그건, 아직 이 나에게도 보인적 없는 것인가?)

질투와 흡사한 감정이 울컥거리며 올라온다.
돌연 강한 힘으로 조조는 관우를 끌어안았다.

「잠깐 조조, 무슨!?」
「과연, 이런 밤중에 남자의 곁으로 오다니 확실히 방심할 수 없겠군」

그렇게 트집을 잡는다.
아직 저녁이라고 반론하며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애를쓰는 관우였지만,
벌써 날은 거의 저물어가고 있었다.
아직 불을 켜지않은 방은 어두웠다.
조조를 밀쳐내려한 관우였지만, 그 귓가에 속삭여진다.

「저항할 생각인가? 그것도 좋겠군.
 허나, 잊지말아라. 너의 제일 중요한것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조조가 은근히 유비를 암시한다.

(여기서 내가 조조에게 거역하면…유비가…)

관우가 절망을 느낀 순간이었다.

「기다려라! 그 쪽은 조조님의 방이다!」

허둥지둥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그런 목소리가 울린다.

「관우, 관우 어딨어!?」

유비의 목소리였다.

(유비!)

반사적으로 관우는 유비를 밀쳐냈다.
그대로 방을 뛰쳐나온다.
긴 통로의 저 편에서 은발의 소년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유비다.

「아, 관우!」
「유비!」

통로의 중앙에서,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는다.

「일 끝난거지. 어서와, 관우」

관우의 귓가에, 유비가 속삭인다.
조조가 다가왔던 충격으로 웅성거리던 마음이, 유비의 한마디에 침착함을 되찾는다.
유비가 꺼낸『어서와』란 한마디가, 얼마나 자신을 달래주는지를 관우는 재차 느끼고 있었다.

「이봐, 기다려라!」

유비를 뒤쫓아 온 것은 하후돈이었다.

「마음대로 저택 안을 돌아다니다니. 자, 와라」
「싫어─! 나 관우랑 같이 있을꺼야!」

유비가 관우의 팔에 달라붙는다.
억지로 둘을 갈라놓으려는 하후돈에게, 조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됐다. 이쪽의 이야기는 끝났다」

조조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가도 좋다, 관우」

관우는 말없이 조조를 노려보며, 유비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떠나간다.

「하후돈, 도대체 무슨 일이였지?」
「네」

하후돈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유비에게 그 십삼지의 여자가 저택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무심코 흘려버려, 그 결과 이렇게.
 면목 없습니다」
「아니, 너에게 감사하고 싶은 기분이다.
 네 덕분에, 나는 눈을 뜰 수 있었으니까」
「아, 네」

조조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하후돈은 조금 곤란해한다.

「이제 물러가라. 조금 혼자있고 싶다」
「네, 실례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하후돈은 자리를 떠난다.
혼자남은 조조는, 자조어린 기색으로 중얼거린다.

「고작『장기짝』을 상대로 내가 흥분할꺼라곤…」

잠깐 사이를 두고, 조조는 가볍게 웃는다.

「훗, 하후돈의 말대로다. 방심하면 안되는 여자일지도 모르겠군」





【五】

잠깐 유비와 대화를 나누고, 관우는 조조의 저택을 뒤로한다.
벌써 마을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자, 나도 돌아가지 않으면」

묘족의 주둔지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관우의 귀에 그 목소리가 들린다.

「누님!」

장비였다.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설마, 또 끈질기에 옷을 권하지는 않겠지?)

긴장하는 관우였지만, 조금 모습이 달랐다.
눈 앞까지 다가온 장비는, 깊게 고개를 숙인다.

「미안해! 누님 혼자서 조조한테 가게 만들다니. 괜찮았어? 무슨 일 없었어?」

조조가 꽉 껴안았던 것이 떠올랐지만, 관우는 아무일도 없던던 것 처럼 대답했다.

「걱정 안해도 돼. 단지 보고했던거 뿐이니까」
「다행이다 ─. 하지만, 진짜 미안해! 이젠 절대로 누님 혼자 보내지 않을테니까!」

장비가 다시 관우에게 고개를 숙인 직후였다.
이번엔 조운이 관우의 곁으로 달려든다.
이쪽도 또, 관우에게 사죄의 말을 전한다.

「관우, 너의 의견도 듣지않고, 억지로 이야기를 진행기켜버려 정말로 미안했다」
「그건 나도 같은 죄야. 누님을 내버려두고 멋대로 들떠버려서」

어두운 안색으로 그렇게 말하고나서, 장비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누님. 조운이랑 잔뜩 말했지만, 결국 누님에게는,
 그런 화려한 옷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되서」
「아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너의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잊고있었다니. 나는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조운이 크게 탄식한다.
본래 자신의 매력을 인정받아, 관우는 기쁨과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만약, 이런 어리석은 나를 용서해준다면.
 내가 낙양을 떠날때까지 잠시동안, 함께 해주지 않겠는가?」

진지한 시선의 조운에, 관우는 크게 수긍했다.

「네, 물론이에요」
「잠깐 기다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장비였다.
방해하겠다는 듯이 두 사람의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다.

「누님, 그렇게 한가하지 않겠지? 모두,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돌아가자구!」
「괜찮아. 늦어질지도 모른다고 제대로 전해두고 왔으니까. 걱정되면 장비만 먼저 돌아갈래?」
「그렇다. 너까지 우리들과 어울릴 필요는 없다」

한결같이 상쾌하게 조운이 말한다.

「노, 농담하지 말라구! 물론 나도 같이갈꺼야! 어딜가든 따라갈테니까!」

장비의 단호한 결의가, 밤 거리에 울려퍼졌다.

 

 

 

 



『잘자, 나의 소중한 너』


오리온은 곤란해하고 있었다.

눈 앞의 책상에는, 오리온과 감각을 공유하는 소녀가 푹 엎드려 자고 있다.
눈꺼풀에는 피로의 색이 짙고, 흰 피부에는 부자연스러운 붉은 빛이 아른거렸다. 잘보면 머리카락의 언저리에는 구슬같은 땀이 맺혔다. 열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끝낼때까지는 어떻게든 웃는 얼굴로 버텼지만, 피로를 참으면서도 옷까지 갈아입었더니, 기력이 다한 것 처럼 쓰러져버렸다.
그 이후, 오리온의 부름에도 대답하지 않고, 눈을 뜨지 않는다.

집까지 조금 더 라고 판단했던 자신의 미스다, 라고 오리온은 생각했다.

『으~……누군가 와줘』

일이 끝난 사무실에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의 기색도 없다.
조금 전까지 그녀의 친구인 사와나 미네가 있었지만, 그녀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옷을 갈아입고 돌아가 버렸다.

그 때, 도움을 요청하도록 어드바이스 해줘야 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도 늦었지만, 오리온은 후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에게 걱정끼치고 싶지 않다며 평소처럼 행동하는 그녀의 허세를, 말렸다면 좋았을텐데.

오리온은 정령이다.
본래 이 세계와는 다른 곳에서 사는 존재이며, 인류에게 간섭할 수 없다. 만지는 것도, 말하는 것도, 눈에 비치는 것도 할 수 없다. 물건을 움직이는 것도 할 수 없다.

그랬던게, 엉뚱한 일로 인해 그녀와 동화하게 되어 버렸다.
사고로 인한 동화현상은 그녀로부터 기억을 빼앗아, 그녀는 최저한의 일반상식을 제외하고 전부를 잊어 버렸다.
게다가 그녀는 혼자 살고,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누구랄 것 없이 개성이 강해서, 솔직히 의지하기엔 터무니없다.

책임을 느낀 오리온은, 기억이 없는 그녀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아 나섰다.
지금의 오리온은, 그녀에게만 보이는, 그녀를 위한 정령이다.

의지해야 할 사람을 모르는 상황 속, 불안함 속에 있는 그녀의 유일한 아군으로서, 그 나름대로 도움이 되고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그녀가 의식을 닫아버리면,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오리온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있잖아, 잠깐이라도 일어나 볼래?』

잠들어있는 그녀에게 호소한다.

『아무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조금만 힘내서, 휴대폰을 잡자. 그저 세번정도만 누르면 되니까.
전화 1통만 걸고 자자! 전화 1통! 저기!』

하지만 그녀는 반응이 없다.

『아앗! 불이다! 큰일이야, 전화를 걸어야 해!
……라고 하는건 안되네……』

이대로는 쓸데없이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었다.
알고있지만, 오리온은 그저 호소할 수 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가게로 통하는 문이 열리며, 본 적이 있는 키 큰 인물 2명이 들어왔다.

『잇키! 켄트!』

담소를 나누며 들어온 2명은, 아르바이트 동료였다.
아직 제복을 입고있는 것을보면, 남아서 정리라도 하고있던 걸까.

『봐 봐, 이 아이를 보라구!』

넓지 않은 사무소니까, 푹 엎드려 잠이든 그녀는 눈에 띈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의 눈에도 들어온 것 같다.

「어라? 이런 곳에서 자는 애가 있어」

잇키가 발을 멈추자, 켄트도 살짝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때다 하고 오리온은 어필한다.

『잠든 것 뿐만이 아냐! 상태가 좋지 않아! 집까지 데려다줘!』

하지만 당연히 잇키들은 오리온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아무리 손을 흔들어 보여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쉬는 시간때도 지쳐보였지. 자게 해주는게 어때 」
『아아앗! 켄트 녀석, 쓸데없이!』
「흐응, 그랬구나. 그럼 조금 자게 둘까」
『납득하지마! 잇키!』

흥미가 없어졌는지, 켄트는 빨리 탈의실로 향한다.

그것을 보류한 잇키는, 장난스런 미소를 띄우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잘자」

켄트가 보지 않는것을 확인하고, 살랑거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오리온은 무의식중에 잇키의 뒤에서 주먹을 치켜들고 있었다.

『이 변태녀석! 이 애 건드리지마!!』

인류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있기 때문에, 기분 뿐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장난이 그녀를 도운 것 같다.

「어라?」

이마에 손을 댄 이키는, 그녀가 열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뜨거운데……」

재차 손바닥으로 다시 열을 재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혹시, 자고 있는게 아니라 상태가 나쁜 거 아냐?」
『맞아! 바로 그거야!』

잇키의 말이 들렸는지, 탈의실로 들어가던 켄트도 발을 멈추고 돌아온다.

「상태가 나쁘다고?」
「응, 그럴지도. 굉장한 열」

둘이서 그녀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한다.

괜찮다, 이것으로 2명이 도와준다.
겨우 안심하며, 오리온은 한 걸음 물러섰다.

『다행이다 ─……』

잇키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은 화나지만, 살아난건 사실이다.

이후는 둘에게 맡기면 될것이다.
못된 장난을 좋아하는 둘이지만, 상태가 좋지 않은 그녀에게 분별없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일어나지 않네」

곤란한 것처럼 잇키가 중얼거렸다.

「응─……어쩌지, 집으로 데려가야 하나」

조금 전 했던 말 철회, 역시 문제있는 인물에게 걸렸다.

「잠깐. 왜 너네 집이지.
여성을 데리고 갈만한 적당한 장소가 아니라고 본다」
『맞─아 맞─아, 말 잘했어 켄트』
「하지만 나, 그녀의 집은 모르는걸. 켄도 모르지?」
「뭐, 모르지만」
「그녀도 자취할테니까, 가족에게 의지할 수도 없고.
우선 내 집으로 데려가 돌보는 것 밖에,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지 않아!』

둘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오리온은 소중한 그녀를 지키겠다는 듯이 가로막는다.

『이 애의 집은! 가게를 나와 큰길에서 남쪽으로 한 블럭 지나서, 골목을 돌아 육교 아래를 잠시 걷다 건널목을 건너 주택가에서 서쪽으로 걸어가다보면 나오는 깨끗한 맨션이니까! 내가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설명해도 들을리가 없다.
잇키와 켄트는 얼굴을 맞대어 고민했다.

「잠깐 기다려. 너의 집에서 눈을 떴을 경우, 그녀의 정신적 쇼크가 클 것이다.
어쩌면, 신변의 위험을 느껴, 스트레스로 인해 병상을 악화시킬지도 모른다」
「너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여성에 관해서라면 신용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너의 집이라면 괜찮아? 그렇지만 부모님과 함께 지내니까, 그녀가 신경쓰겠지?」
「혼자 사는 남자의 집이라면 신경안쓴다고 생각하나?」
「켄의 복잡한 얼굴보다는 낫지 않아?」
「너의 변태같은 시선에 노출되는 것 보단 낫겠지」

본래의 방향에서 어긋나기 시작한 둘에게, 오리온은 책상을 두드려 항의한다.

『이런 때에 싸우고 있을때냐!?
정말로 점잖지 못하다니까 둘 다!』

오리온의 말이 들린것도 아니겠지만, 켄트가 헛기침을 해서 쓸데없는 논의를 중지시켰다.

「아니,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서.
누군가의 집에 데려가는 것도 문제다.
이런 경우, 보통은 보호자를 불러야하는 것 아닌가?」
「보호자라……아마 멀리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해외였던가?」
「그럼, 보호자 대신에 긴급 연락처다.
가게 고용표에 기입란이 있었을텐데. 점장에게 물으면 보여주지 않을까?」
「아아, 그런 방법도 있었네」

겨우 멀쩡한 제안이 나왔다.

『부탁이야, 제발……』

오리온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에 힘을 풀었다.

어쨌든, 이렇게해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긴급 연락처를 생각해 낸 것은, 예상치도 못한 부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점장은 아직 카운터에 있을까나」

켄트에게 그 자리를 맡기고, 잇키가 플로어에 연결되어 있는 문을 연다.

이 기회에 고용표를 보면서 정보수집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점장에게 물어보려고 사무소를 나가는 잇키의 뒤를, 오리온은 남몰래 쫓았다.

 * * *

그녀의 긴급 연락처로 지정되어있던 곳은, 토마의 친가였다.

연락을 받은 토마가 곧바로 달려와서, 녹초가 된 동생같은 그녀를 안아올려 택시에 실어주었다.

맨션의 앞에선 신이 약국 봉투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데려오는게 우선이라는 모습으로 달려온 토마였지만, 오기전에 약을 준비해달라 부탁하는 것을 잊지 않은 듯 하다.
둘을 맞이한 신은, 주저없이 그녀의 가방을 열어,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여러가지 말하고 싶었지만, 비상시라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넘어갔다.

알고지내는 사람의 집이라도 집 안의 가구나 식기들을 손대는 것은, 비상시라도 쉽게 손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을 만큼 친한사이였다는 것은, 오리온과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새로운 정보였다.

「……토마. 너 언제까지 그 녀석 옆에 달라붙어 있을꺼야」

척척 죽을 만들고있던 신이, 그 사이 머리맡을 지키고 있던 토마에게 기가 막힌 것 같이 말을 꺼낸다.

방에 동생같은 그녀를 옮기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 토마는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이상 끈적끈적하게 닿지 말라는 듯 눈을 치켜뜨고 있던 오리온은, 당연히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와로부터 여기에 온다는 연락을 받았으니까, 우리들은 돌아가자」
「에─」
「에─가 아니지. 우리들이 있으면 쉴 수 없을 것 아냐」
「뭐, 사와가 올 때까지라면 괜찮지」
「적어도 손은 놔. 애도 아니고, 남자에게 손이 잡혀서 안정될꺼라 생각하는거냐」
「알고있다구. 아 ─아, 너에게 설교들을 줄이야」

마지못해 그런다는 모습으로 손을 놓은 토마는, 신이 머리맡에 둔 메모를 보고 눈을 가늘게 뜬다.

「……그래서, 너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이거지.
나 몰래 넘어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냐」

메모에는,『컨디션이 악화되면, 나에게 연락해』와 신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몰래라는 건 무슨 의미야. 단지 내 집이 제일 가까이에 있으니까」
「사와에게 맡기면 되지」
「사와가 돌아간 후, 컨디션이 갑작스레 변할 수도 있지」
「사와가 돌아간 후? 아파 누워있는 여자의 집에 혼자 들어올 생각인가. 상식적인 생각을 해라」
「아파 누워있는 여자의 손을 잡고있던 녀석에게 상식 운운받을 생각 없어」
「일부러 그런것 처럼 말하지마. 이런건 애들 간병하는 것과 같은거겠지」
「나도 같아. 이상한 눈으로 보지마」

무언의 대립 끝,『나에게』가 이중선으로 지워지며『토마의 부모님께』로 고쳐 써졌다.

「……이걸로 괜찮겠지」
「좋지 않아」

미묘한 긴장상태가 풀린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오리온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정말이지 이제!
잇키나 켄트 뿐이 아니라, 모두 이 아이의 간병권을 두고 다투는건 그만둬!
간병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하고싶은 말은, 둘에게 닿지 않는다.
오리온이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 * *

그리고 오리온은, 겨우 온화한 분위기로 그녀의 옆에 앉아있다.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 뒤로 시간이 지나 그녀의 컨디션은 차분해졌다. 눈을 떠 조금 죽을 먹은 다음 열도 미열정도가 되어, 신들과 엇갈려 온 사와도 집으로 돌아갔다.

모두가 돌아간 지금은, 일단 둘뿐이라, 평화롭고, 안전하다.

『있지 너……큰일이었지』

잠이 든 그녀에게, 오리온은 느긋하게 말을 건다.

『하지만, 모두가 도와줬어.
네가 자고 있다고 장난치려 했던 괘씸한 것도 있었지만, 네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무척 걱정했어』

오리온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단지 그녀를 걱정만 하고, 안아서 옮기기는 커녕, 도움을 부르는 것 조차 할 수 없었다.
인류와 관련될 수 없던 오리온은, 오늘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눈을 뜬 그녀에게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말해줄 수는 있다.

『나의 이 이야기를 듣고, 너는 어떤 생각을 할까.
저 녀석들 중 누군가에게 기억을 잃었단 것을 털어놓고 싶다고 생각할까.
눈을 뜨면 상의해보자』

기댈 곳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녀였지만, 끈을 풀어나가다 보면 유대가 보인다. 신용할 수 있는 인간도 보인다.
그 판단을 하기 위해서 있는 힘껏 정보를 모으는 것이, 오리온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네가 조금 신경쓰고 있던 그 녀석도, 나 봤어.
깨어나면, 본 것 들은 것, 전부 가르쳐줄께』

기억을 잃게 만들어버린 그녀의 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답답하기만 하다.
지켜주고 싶은 때에 지켜줄 수도 없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불안한 와중에 눈을 뜬 그녀가 오리온을 보고 안심한 것처럼 웃을 때, 오리온도 조금 안심한다.
이런 자신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고 그렇게 생각된다.

『잘자, 내일 봐』

잠든 그녀에게 속삭이며, 방해가 되지않게 자취를 감춘다.
그녀가 잠든 동안 일어났던 잠깐의 사건들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둘에게 이정표가 될 것 같았다.

'번역 소설 > AMNES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AMNESIA 스페셜 SS 제 1화  (0) 2015.10.02

월화요란SS도 끝났다



[되도록이면 원문을 읽어주세요]

 

 

 

 

 

이걸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일단은 올리는데...ㅇ<-<...

읽을 때는 종이 배경이라 색달라서 좋았는데
막상 올려볼까? 
라고 생각하니 배경이 있어서 수정이 귀찮아짐

[되도록이면 원문을 읽어주세요]

 

 

 

 

 

 

 

나눠서 올려도 될 것 같은 이 빵빵한 분량!!

다른 SS들도 이 정도 길이면...
행복하겠지만 힘들겠지...

...합치면 비슷한가...

 

[원문을 먼저 읽어주세요ㅠ 번역이 허술함]

 

 

 

 

 

 

 




 

【어느 가을의 화려한 하늘】



 

「우와아! 나, 가을에 하는 불꽃놀이는 처음이야. 그치, 마도카」
「그렇네요. 불꽃놀이 하면 여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니까요. 이런 시기에 불꽃놀이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확실히 드물지요. 장소에 따라 겨울에 하는 곳도 있는 것 같지만」
「……엣취! 그대들, 왜 유카타를 입고 오지 않은건가. 불꽃놀이는 유카타를 입고 보는 것일텐데」
「이 추위 속에 입고 올 생각을 하는 바보는 너 뿐이다. 토키타」

여름의 더위도 이젠 완전히 자취를 감춰 쌀쌀해진 가을의 마지막. 나데시코들은 도심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열리는 불꽃놀이에 와 있다.
불꽃놀이 하면 대부분 여름에 열리지만 오늘 밤은 드물게도 가을의 불꽃놀이다. 철에 맞지 않는 불꽃과 축제 특유의 분위기가 CZ멤버들의 마음을 뛰게 만들었다. 회장은 벌써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들이 굉장해. 서로 놓치지 않으려면..」
「올해엔 평소보다 늦게 도착했으니까. ……예상대로 지각하는 놈들이 있기 때문에」

언제나 보호자와 함께라고 해도 나데시코와 리이치로 둘이서 오는 불꽃놀이에, CZ멤버 모두가 오기로 정해진 것은 지난 주 방과후의 일이다.
시작은 교실에서 타카토와 리이치로 셋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타카토의 제안으로 어차피 라면서 모두를 부르게 되었다. 평소엔 멤버들과 관련되는 것을 싫어하는 토라노스케도, 축제는 싫지 않은 듯 드물게 참여했다.

(――라고 해도, 타카토와 슈야에게 끌려온 것 같지만)

몇시간 전 약속했던 시간의 풍경을 떠올리며, 나데시코는 혼자 쓴 웃음을 지었다.

「우선 관람석까지 가지 않으면. 더 이상 사람이 늘어나면 볼 수 없을 것 같으니까」
「그렇네. 서두르지 않으면 불꽃도 시작될 것 같고」

불꽃을 쏘아올리는 것은, 회장이 되고 있는 공원의 안 쪽. 호수가 있는 장소다. 관람석은, 그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높게 쏘아올린 불꽃을 보기 쉬운 평지에 있다.
아직 회장의 입구주변에 있던 나데시코들은 사람들을 지나쳐 앞으로 서두른다. 불꽃이 시작되기 전 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슬아슬하게 늦지 않을 것이다.

「노점도 많이 있어~. 우─응……어떤 것을 먹을까 대단히 고민되네!」
「나카바, 과식해서 배에 탈이나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여름 축제에 갔을때도, 노점을 전부 제패한다! -며 의욕이 넘쳐 다음날 드러누워 있었으니까요」
「뭐 하는거냐 너……. 뭐, 그럴 것 같긴 하지만」
「음. 나는 저기에 있는 사과사탕으로 하지」

――그러나, 역시 CZ멤버다. 순순히 걸어가 도착할리가 없었다.

「어이, 너희들. 노점은 나중에라도 괜찮아. 관람석 근처에도 있을테고, 지금 가지 않아도……」
「알지 않아~, 릿땅! 노점은 많지만, 모두 같지 않아!」
「음. 같은 야키소바도, 그 노점마다 소스의 맛, 재료, 익은 정도 등이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이니라」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걸 어떻게 판단해? 전부 먹어본 건지」
「……라고 하는 것으로, 릿땅상. 텐션이 오른 나카바와 전하(殿)씨에게 무슨 말을 해도 쓸데없습니다」
「……하아」

소란스러운 것은, 언제나의 일. 이제와서 놀랄 것도 없다.

(……정말로, 어디까지나 마이페이스에요)



■■■ 타카토의 경우 ■■■

「그러한 이유로, 나는 여행을 떠나! 아듀─!」
「하? 뭐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어이 나카바. 끌어 당기지마. 놓으라……고」
「나카바가 간다면, 나도 갑니다. 언제 어떤 때라도 나카바의 옆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그럼」
「흠. 모두 가는건가……각자 가는 길을 목표로. 그렇다면 나도 가지. 전설의 사과사탕을 목표로……!」
「자, 잠깐 나카바, 리이치로! 마도카에 슈야까지……」

각자, 여기저기로 뿔뿔이 흩어져간다. 토라노스케도 어느샌가 없어져 버려, 그 자리에는 나데시코와 타카토 둘만이 남겨졌다.
망연히 모두의 뒷모습을 보다 타카토에게 시선을 옮기자, 그도 나데시코와 같이 곤란한 것 처럼 웃고 있었다.

「으음……우선, 우리들만이라도 관람석으로 갈까? 모두 장소는 알고 있으니까, 후에 만날 수 있을꺼야」
「그렇, 네……. 그렇게 할까」

관람석의 장소는 이미 설명했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미리 결정해 둔 약속장소도 있다. 기분이 내키면 돌아올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얼굴의 타카토에 수긍한 채, 나데시코는 다시 인파의 앞쪽으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나데시코, 손. 괜찮아?」
「에? 아……」

꼬옥, 상냥하지만 강하게 손을 잡아 쥔다. 사람이 많아 잃어버릴 것 같기에, 라고 타카토가 작게 중얼거린 것이 들렸지만, 얼굴을 들어 바라보면 그의 귀가 붉게 물들어있어, 나데시코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도중, 사람들에게 밀려 몇번이나 넘어질 것 같으면서도, 타카토의 손에 이끌려 어떻게든 관람석까지 겨우 도착한다. 불꽃이 시작되기 전까지 모두가 올 것이라며 둘이서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한 사람도 오지 않은 채, 큰 소리와 함께 밤하늘을 빛이 물들였다.

「……결국, 시작되어 버렸어」
「응, 그렇네. 아, 봐 나데시코. 무척 예뻐」
「정말, 예쁘네」

어두웠던 하늘에 소리를 내며, 하나, 하나 선명한 불꽃이 발사된다.
쏘아 올려지면 밝게 비추어, 큰 꽃송이를 피워 ――내지만, 한순간에 덧없이 사라진다.
여름에 볼때와는 다르게, 늦가을의 쌀쌀함이나 풀숲으로부터 들려오는 벌레 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불꽃의 덧없음을 보다 한층 두드러지게 하고 있었다.

「……모두, 제대로 보고 있을까. 슈야라던가, 노점에 열중해서 신경쓰지 않을 것 같아」
「그래도, 이만큼 크고 예쁘니까 분명 보고 있을거라 생각해. 여기서가 아니라도, 보일것 같고」
「그러네」
「불꽃이라 하면 여름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가을의 불꽃도 좋네. 나데시코와 리이치로는, 매년 오는거야?」
「응. 실은, 매년 기대돼. 어린애 같을지 모르지만 불꽃 좋아하고……. 어릴때는, 리이치로와 마당에서 불꽃놀이를 하고는 했어. 어린애가 아니니까, 라고 말하면서 최근에는 전혀 어울려주지 않지만」
「리이치로 답네. 그러고보면 나, 불꽃놀이 해본적 없을지도」
「에? 그래? 타카토라면 스스로 만들거나 했을 것 같은데」
「실험으로 불꽃을 만들어 본 적은 있어. 그래도, 순수하게 논 기억은 없으려나」
「그렇다면, 이번에 CZ멤버 모두 모여서 불꽃놀이 하자. 분명 즐거울꺼야. ……일부, 불꽃을 갖게하면 불안한 멤버도 있지만」
「아하하. 확실히, 슈야라던가 나카바는 엄청 소란스러울꺼야. 리이치로가 고생할 것 같지」
「응. ……그렇지만, 즐거울 것 같아」

그 멤버와 함께라면, 분명 무엇을 하던 즐거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연스레 미소가 흘러넘친다.
문득, 끊임없이 발사되고 있던 불꽃이 잠시 쉬는 듯 멈추며, 동시에 떠들썩했던 주위도 조용해진다. 근처에는, 쿵 하고 밤의 어둠이 떨어졌다.

「잠깐 쉬는걸까? ……그건 그렇고, 정말로 모두들 안오네」
「사람이 많으니까, 길을 헤매는 걸지도 모르지. 우리들도 여기로 오는 동안 큰일이었으니까. 게다가, 나로선 조금 고맙기도 하고」
「에……?」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나데시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타카토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고, 생긋 미소짓는다. 어떤 의미일까 물어보려고 한 얼굴을 들어올리면, 그의 어깨 너머로 하늘을 향해 쏘아올려진 불꽃이 보였다. 파앙, 하고 큰 소리가 마른 하늘에 울리며, 다시 큰 꽃을 피워낸다. 거기에 끌려 하늘로 시선을 되돌리려 했을 때――.

「내년에도, 함께 보고 싶은데」

툭,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타카토는 중얼거렸다. 지금까지는 가족이나 리이치로와 오던 불꽃놀이지만, 오늘과 같이 친구들과 오는 것도 즐거운 것이다. 나데시코는, 그 말에 수긍하고 웃는 얼굴로 되돌려준다.

「응, 또 모두들이랑 보러오면 좋을꺼야」
「모두들……인가」

하지만, 어쩐지 타카토는 복잡한 듯 웃는다.

「타카토?」
「응. 지금은 그걸로 괜찮아. …………사실은, 너와 둘이서 라는 뜻 이었지만」

마지막 말은, 불꽃의 소리에 지워져 조금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너와 둘이서』.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나랑 둘이서 불꽃을 보러 오고 싶다고……?)

말의 의미를 이해하자, 나데시코의 뺨에서 열이 났다. 불꽃에 비춰진 타카토의 옆 얼굴도, 생각탓인지 붉어 보인다. 깨달으면 잡은채 그대로 있던 손을, 타카토가 다시 꽉 쥐었다.

(으응, 그렇지만, 잘못 들은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되물을 수 없어서. 불꽃의 소리로, 들리지 않았던 것으로 해버릴까. 그렇게 생각해 스스로를 속이며 하늘을 올려보지만, 밤하늘을 물들이는 불꽃에도 지금은 집중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2명의 작은 손바닥은, 여전히 연결된 채 그대로였다.




■■■ 리이치로의 경우 ■■■


「저기, 리이치로. 다같이 올 수 있어서 좋았지. 역시 축제는 떠들썩한게 즐거운 거야」

옛날에는 서로의 가족들과 함께였지만, 최근 몇년간 운전기사가 데려와주어 두 사람만 왔었다.
그러나, 역시 축제라는 것은 여럿이서 오면 즐거움도 늘어난다. 와글와글 소란스럽게 떠드는 모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매년 오는 축제의 풍경이 평소와 달라보였다. 어쩐지 기뻐져 자연스레 미소가 흘러넘친다.

「……그렇다면 다행이네」

하지만, 그런 나데시코와는 달리 리이치로는 어쩐지 기분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나데시코의 말에, 매정한 대답을 돌려주고는 혼자 빠른걸음으로 걸어가 버린다.

「에, 잠깐 기다려 리이치로」

당황해서 뒤를 쫓아보지만, 리이치로의 걸음은 느려지지 않아 ――결국, 두 사람은 혼잡스러운 가운데, 다른 멤버들을 놓쳐버렸다.

「정말, 떨어져 나와버렸잖아. 사람이 많아서 휴대폰도 연결이 잘 안되는데……」
「모이는 장소는 알고있어. 괜찮겠지」
「……그것도 그렇네」

우선 앞으로 나가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대로, 리이치로와 둘이서 불꽃을 볼 관람석을 목표로 이동한다. ――지만, 사람이 많아서 생각하는 것 처럼 움직일 수 없다. 앞으로 가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뒤로 물러나지고, 다시 앞으로 가려고 하면 뒤로 물러나게 된다. 그것을 몇번인가 반복하는 사이에, 불꽃은 시작되어 버렸다.

「불꽃……시작해 버렸다」
「아아」

하늘에 하나, 또 하나씩 불꽃이 발사되어, 그 주위에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나데시코와 리이치로는,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춰 길가의 구석에 서서 불꽃을 감상하기로 했다.
평소에 보는 곳 보다 훨씬 멀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노점의 근처에서 축제기분을 만끽하며 보는것도 좋을지도 모른다.

(노점인가……그러고보면, 최근엔 불꽃을 보느라 전혀 보지 못했어)

어렸을 때는 축제를 보러 올때마다, 리이치로와 둘이서, 소란스럽게 떠들며 여기저기 구경하며 놀았다. 갑자기, 그리움이 솟아오른다.
노점 하나에도, 추억은 많이 있었다. 금붕어 건져내기 라던가, 가면을 사줬던 것. 산지 얼마 안된 사과사탕을 리이치로가 떨어트려 울기 시작했던 것.
그리운 추억에, 따뜻한 미소가 흘러넘친다. 그것을 보던 리이치로는, 언짢은 듯 미간을 찡그렸다.

「……어차피, 별 볼일 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겠지」
「어라, 별 볼일 없지 않아. 리이치로와의 소중한 추억들을 다시 생각했어. 리이치로가, 푹신푹신한 솜사탕을 산 바로 직후에 언니가 꼬옥- 하고 작게 뭉쳤던 일 이라던가」
「……………………그런 것 생각하지마. 꽤나 쇼크였다고, 그거」
「후후. 쇼크로 잠시 망연자실 하고 있던거구나. ……저기, 리이치로. 모처럼 노점 근처에 있는데,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를 낼만한 것 사지 않을래?」
「별로, 상관없는데. 뭐를 사지」
「으─음, 그러게……」

오른쪽도 왼쪽도, 길게 늘어선 노점들. 어떤 노점에서도,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소리와 식욕을 돋는 냄새가 감돌아 온다.

(아……)

「빙수, 먹고싶은데」
「이 추운 날에? 이상한 녀석. ……먹은 다음에 춥다고 하지마」
「으……괜찮아. 아마. 으─음……무슨 맛으로 할까. 어쩐지 옛날보다 종류, 늘어난 것 같지 않아? 리이치로는 어떤거 할래?」
「너, 예전부터 그렇게 고민해도, 결국 딸기맛 밖에 선택 안하잖아」
「뭐야, 리이치로도 결국 블루하와이를 고를거면서」

그렇게 서로 말하면서 두 사람이 산 것은, 역시 딸기와 블루하와이 였다.

「역시, 가장 맛있는 것을 선택하는게 정답이지」
「……그렇지」

고운 붉은색의 얼음을 작은 스푼으로 건져 입에 넣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녹아 혀 위에는 시럽의 달콤함이 남는다. 카페에서 먹는 것과는 다른, 축제 특유의 맛이다.

(그러고보니, 어렸을 때는 빙수를 먹을때마다 시럽으로 혀의 색이 바뀐것을 서로 보면서 놀았던가)

역시 고학년이 되니까, 그런 놀이는 하지 않지만.

「리이치로, 그거 한입만」
「……하?」

리이치로는, 나데시코의 말에 멍하니 눈을 크게 떴다. 서로 각자 다른 것을 사고, 바꿔서 맛을 본다. 이것도, 어릴때부터 종종 하던 것이었다. 이제와서 놀랄만한 일은 아닐텐데.

「딸기맛, 싫어?」
「그런게 아니라……너, 어린애도 아닌데. 그런 경솔한……」
「뭐가 경솔해?」

어릴때는, 서로 의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중학교를 눈앞에 둔 무렵이 되면 바뀌게 된다. 아무리 소꿉친구라도, 이성으로 나데시코를 의식하기 시작한 리이치로는,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나데시코는 눈치채지 못한 채, 눈 앞에서 시선이 흔들리는 소꿉친구에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아, 됐어. ……자」
「아, 응……?」

왜 인지 무겁게 가라앉는 한숨과 더불어, 블루하와이로 인해 곱게 물이든 빙수가 내밀어진다.

「둔한 녀석.……나만 의식하고 있다던가, 바보같지」
「에?」

중얼거려진 말에, 스푼을 입으로 옮겨가는 손이 멈춘다.

「의식, 이라고…………」

다시, 빙수와 리이치로를 교대로 응시하며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그가 동요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했다.

(의식, 이라던가. 이제와서 그런거……그치만, 가족 같은게 아니잖아. 우리들)

그런 식으로 말해버리면, 어떻게해야 좋을지 모른다. 어색함을 숨기듯, 나데시코는 컵 안의 얼음을 몇번이나 스푼으로 긁어 모은다.
그대로, 잠시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머리 위로 쏘아올려진 불꽃을 보는 것도 잊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이, 불꽃. 곧 있으면 끝날꺼야」
「에, 벌써 그런 시간?」

리이치로의 말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올리자 ――파앙, 하고 큰 소리가 울리며, 한층 더 큰 불꽃이 밤하늘에 피어 올랐다.
어느샌가 종반에 도달한 불꽃은, 클라이막스를 맞이한 듯 연속으로 하늘에 발사된다.

「예쁘다……」
「아아, 그렇네」
「결국 모두 만날 수 없었지만, 모두들 제대로 볼 수 있었겠지」
「글쎄. 불꽃보다는 노점에 빠져있지 않았을까」
「후후, 그러게. ……있지, 리이치로」
「왜」
「내년에도 또, 함께 오자」
「일부러 엇나간 시기에, 그것도 이런 먼 곳에서 하는 불꽃놀이를 같이 오는 녀석은, 너 정도 밖에 없겠지」
「……응. 내년에도 또, 함께 보자」

생긋 미소지으며 리이치로를 바라보면, 불꽃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드물게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나카바&마도카의 경우 ■■■


「축제의 묘미라고 하면, 역시 노점이지요. 여기서 밖에 맛볼 수 없는 분위기를 잔뜩 즐기자! 그치, 나데시코쨩」

평소와 다르게 하이텐션인 나카바가 척, 하고 나데시코의 눈 앞에서 집게 손가락을 세웠다. 눈을 깜박이는 나데시코의 팔을 잡은 나카바는 사람들 사이로 달리기 시작한다.

「에……엣, 자, 잠깐 나카바? 끌어당기지 말고……」
「축제에서 나카바는 언제나 하이텐션 입니다.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나데시코상, 나카바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어울려주세요」
「자 자, 간다~!」

눈 깜짝할 사이에 타카토로부터 멀어진 나데시코는, 나카바와 마도카가 이끄는대로, 노점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요령있게 혼잡한 사이로 노점 이곳 저곳을 이동한다. 많이 있던 노점을 거의 다 돌았을 무렵엔, 불꽃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렇게해서 지금, 나데시코의 눈 앞에는 도저히 다 먹기 힘들 만큼의 음식을 안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나카바. 와, 거기에 동조하듯 평소보다 조금 즐거워보이는 마도카가 있다.

「타코야키에 야키소바에, 구운 옥수수에 오징어구이 오코노미야키……초코 바나나에 솜사탕, 사과사탕……저기, 이거 전부 먹을 수 있어?」
「3명 있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다 먹지 못하면, 타카토군들에게 도움을 받아도 괜찮고. 모두 저녁밥은 아직이니까」
「이것도 나카바가 일류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 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삼가 협력받도록 합니다」
「축제의 노점도 대상인거야……」
「응 응! 노점의 음식은 맛있지요. 맛도 있지만, 역시 이 분위기가 있어야만 일까나. 옛날, 축제에서 먹었던 맛을 재현하려고 여러가지 만들어봤지만……맛은 가깝더라도 다르더라구. 역시 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은 재현해 낼 수 없어」

과연, 이라고. 변함없이 요리에 한해서 착실한 말을 하는 나카바에게 동의하며, 나데시코는 내민 타코야키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가 말한것 처럼, 축제의 노점에는 점잖은 레스토랑에선 맛볼 수 없는 즐거운 맛이 있었다.

(아, 불꽃……)

문득 올려다보면, 하늘에는 여러가지 색의 예쁜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옆에 있는 하나부사 형제들은, 눈앞에 있는 음식에 완전히 열중해서 불꽃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고 하는건가.

(조금 더, 옆으로 가는게 잘 보일지도……)

모처럼의 불꽃놀이다. 음식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불꽃도 만끽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서, 사람이 적은 길가의 구석으로 이동한다.

「꺄아……ㅅ」
「이런?」
「아, 죄송합니다」

그 도중, 근처에 있던 대학생같은 그룹과 부딪쳤다.

「어라, 초등학생? 귀엽네─. 혼자 왔어? 대단하네─」
「그거 아냐? 부모님을 놓쳐버렸다거나?」
「어라라, 그러면 오빠들이랑 같이 불꽃 구경할래─?」

술을 마셨는지, 대학생들은 와글와글 떠들면서 나데시코를 둘러싼다. 취기로 건네지는 가벼운 놀림이지만,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다.
어느샌가, 마도카들과도 거리가 멀어져버렸다.

「저, 죄송했습니다」

한번 더, 부딪친것을 사과하고 빨리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을 때. 확, 하고 돌연 누군가에게 옆으로 팔을 잡혀 끌려갔다. 동시에, 언짢은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다.

「이 사람에게, 뭔가 용무라도 있습니까」
「마도카……?」

팔을 끌어당긴 것은, 마도카였다. 그는 나데시코를 감싸안아 대학생의 앞에 선다. 노려보는 마도카의 시선에, 대학생들은 쓴웃음을 지으며 거리를 벌렸다.

「아하하, 미안미안」
「애들 괴롭히지마, 너희들. 미안해─, 데이트 방해해 버려서」
「초등학생 커플인가봐-. 귀여워─라-」
「꺅……, 아, 아니에요!」
「어머나, 수줍어 하네」
「……………………」
「그러니까, 애들 놀리지 말라니까. 자, 간다」

미안해요, 라고 사과하면서 떠나간 대학생들의 등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마도카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어 저기, 미안해. 마도카. 고마워」
「……혼자서 우왕좌왕하지 말아주세요. 그 사람들은 괜찮았습니다만, 이런 축제에서 질이 나쁜 사람들과 얽히기 쉽습니다. 나는 나카바로부터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에, 당신 혼자 마음대로 어딘가에 가서 위험한 일을 겪는 것은 곤란합니다. ……당신은, 여성이니까」

그렇게, 단번에 말을 내뱉는 마도카에게 무심코 눈을 깜박인다.

「……미안해요」

나카바로부터 눈을 뗄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런데도 그 나카바를 두고 찾으러 와 주었다. 그것도 미아가 되면 곤란한 아이 취급의 걱정이 아니라, 한 명의 여자아이로서.

「나데시코쨩, 괜찮아?」
「미안해, 걱정끼쳐서」
「으응, 우리들도 노점에만 너무 열중해버려서 미안해」
「신경쓰지마. 내가 마음대로 두사람으로부터 멀어졌으니까」
「그렇습니다. 나카바가 사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그런 말해. 있잖아, 나데시코쨩. 마도카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데시코쨩의 모습이 안보일 때, 굉장히 초조해하면서 걱정하고 있었어」
「에……」
「나카바, 불필요한 것은 말하지 말아주세요. 게다가, 별로 초조해하지 않았습니다」
「네네. 그러면, 슬슬 타카토군들과 합류해볼까」
「에, 응……」

언젠가의 하교 때처럼 손을 내밀어, 나카바와 마도카와 3명의 손을 이어 잡고 걷는다. 힐끔 옆에 있는 마도카를 보다, 시선이 마주쳤다.

「……말해 둡니다만, 조금 전 나카바가 말한 것 같은 일은 없었기 때문에. 나카바가 당신을 찾아오라 해서 찾으러 갔을 뿐입니다」
「그래……알았어. 고마워」

솔직하지 않은 말에도, 미소가 흘러넘쳐 버린다. 그렇게 말하는 마도카의 뺨이, 평소보다 붉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밤하늘을 물들이는 불꽃의 탓만이 아니다.







■■■ 토라노스케의 경우 ■■■


「어라……?」

(토라의 모습이 안보여)

주위를 둘러보면,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토라노스케의 뒷모습을 찾아냈다. 그가 걷고 있는 곳은, 불꽃을 보기로 정한 곳과는 반대방향이다. 길을 잃은건가, 그렇지 않으면 귀찮다고 혼자 어딘가로 갈 생각인가.

「토라, 어디가는거야? 그쪽은 불꽃과 반대방향이야」
「나는 특별히 불꽃을 보러 온게 아냐. 과녁 맞추기 라던가 여러가지 놀것들 있으니까. 뭣하면, 너도 올래?」
「에……그렇,네」

(가끔씩은, 이런것도 좋을지도)

불꽃이라면 매년 보고 있고, 가끔은 노점을 느긋하게 둘러보는 것도 좋다. 옛날엔 노점을 보며 소란스레 떠들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니 어쩐지 어린애 같다는 생각에 조금씩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솔직히, 축제의 노점은 두근두근해서 좋아해)

게다가, 과녁 맞추기에도 조금 흥미가 있다. 축제의 놀이라고 하면, 나데시코와 리이치로가 하는 것은 금붕어 건져내기나 요요 낚시 정도이다. 그것은 가족들도 같고, 여태까지 과녁 맞추기를 하는 사람들은 가까이에 없었다. 토라노스케의 권유에 수긍하고, 나데시코는 첫번째 과녁 맞추기에 도전했다.

「어이, 반대다. 이리 내놔바」
「에?」

나데시코가 총구에 코르크탄을 끼워 넣으면, 그것을 보고 있던 토라노스케가 틀리다며 총을 집어든다. 집어 넣은 총알을 꺼내 나데시코가 넣었던 것을 반대 방향으로 바꿔, 다시 총구에 끼워넣었다.

「점원에게 배운 것과는 다른데?」
「이게 사격했을 때 위력이 올라가」
「흐응……?」

(잘 모르겠지만……비법, 이라던가)

「티비에서 본적은 있지만, 이거 어려워?」
「아-……뭐, 요령이 생길때까지는 좀 걸릴지도. 시범 보여줄테니까, 잘 봐라」
「응, 알았어」

노점에서는, 이미 몇명의 손님이 도전하다 경품을 얻지 못해 낙담하고 있었다. 티비로 보았을 때에는, 자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의외로 어려운 것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라노스케는, 목표를 정하면 시원스럽게 목표물을 넘어뜨렸다. 주위의 관객들로부터, 작게 환호성이 울린다.

「대단해……」
「아니, 실력이 무뎌졌어」

확실하게 넘어뜨리면서, 토라노스케는 조금 분한듯이 고개를 비틀었다. 나데시코가 보면, 충분히 대단한 솜씨지만 그는 납득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럼, 다음. 네 차례다」
「에, 응……」

(노리는 것은……아, 저 키홀더, 레인이랑 조금 닮은 것 같기도. 저게 좋을까나)

「그래서? 어떤거 노릴꺼냐」
「저기 오른쪽에 있는 토끼모양의 키홀더가 좋은 것 같아서」
「흐응. 그럼, 맞쳐봐」
「에, 이, 이렇게?」

먼저 토라노스케가 하고 있던 것 처럼, 총을 쥐어본다. 총의 무게로 인해, 생각했던 것 보다 균형을 잡기 힘들다.

「틀렸어. 좀 더 팔을 뻗어서」
「팔?」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보다, 총을 잡는 방법이 이상해」
「잡는 방법? 이렇게 하는거 아니야?」

익숙해지지 않는 것에 당황해 몇번이나 총을 이리저리 바꿔서 잡고 있으면, 갑자기 등이 살짝 따뜻해진다. 뒤에서 꼭 껴안은 토라노스케는 나데시코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친다.

(……에?)

「저것을 노린다면, 총구는 조금 더 아래다. 그리고, 총알이 오른쪽을 향하도록 목표를 맞춰――」

귓가에, 토라노스케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숨이 나데시코의 귀를 간질였다.

(에에에? 자, 잠깐……가, 가까워!)

「그래서, 쏠 때에는 팔을 내리지 말고. 그러면 넘어간다고. ……그래서, 어이 듣고있어?」
「듣고, 있습니다」

그 만큼 대답을 하는 것이 겨우다. 토라노스케의 설명들은, 솔직히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토라노스케의 행동에, 그 가까움에, 나데시코의 심장은 두근두근하고 경종을 울린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집중해서, 배운대로 자세를 취해 총구를 맞춰――한껏, 방아쇠를 당겼다.

「아, 맞았다……」

총알은, 보기좋게 노리고 있던 키홀더를 맞춰 넘어트렸다.

「처음 해본것 치고, 잘하는데」
「에, 응. 토라가 가르쳐줬으니까……고마워」
「오─」

자신이 경품을 맞췄을 때 보다 기쁜듯이 미소짓는 토라노스케의 모습에 나데시코의 가슴은 다시 크게 소리를 낸다.
그리고 이것도 또, 무의식적인가.

「그럼, 다음은 저쪽. 이봐, 가자고. 오늘밤은, 내식대로 축제를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 줄테니」

그렇게 말하고 눈앞에 내밀어진 손에, 나데시코는 당황하면서도 자신의 손을 올렸다. 토라노스케는 그대로 손을 잡아 나데시코의 손을 끌어당겨 걷기 시작한다.
주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될 정도로 큰 자신의 심장 소리에 머리위로 퍼지는 불꽃도 잊으며, 나데시코는 토라노스케에게 휘둘리면서 때아닌 불꽃놀이를 보냈다.





■■■ 슈야의 경우 ■■■


나데시코의 앞을 걷고있던 슈야가, 문득 발을 멈춘다.

「슈야?」
「미안하군, 나데시코. 그대들과 함께 가는 것은 여기까지다. 나는 해야 할 일이 있다. 저기있는 금붕어들을 이 손으로 구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에? 자, 잠깐 슈야……!?」

말하자마자, 슈야는 발길을 돌려 혼잡속에 달리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당황해서 뒤쫓는다.
타카토들 모두에게 아무런 말도없이 떨어져버린 것은 신경이 쓰였지만, 불꽃을 보는 장소는 정해져있다. 아마 나중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보다 지금은, 슈야를 혼자 두는 것이 걱정이다.

(학원 안에서도 미아가 될 정도인걸……모르는 곳에서 길을 잃으면, 돌아갈 수도 없게 되버리니까)

사람의 물결에 밀리면서 간신히 찾아낸 슈야는 조금 전 스스로 선언했던대로 금붕어 건지기 노점 앞에 앉아 있었다.
수조안의 금붕어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음? 나데시코, 그대도 왔는가」
「있잖아……왜 태평하게 말하는거야. 갑자기 달려가버려서 놀랐잖아」
「그런가, 그것은 미안했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것 같은데. 별 상관 없지만. 그래서, 슈야는 금붕어 건지기 하고 싶었어?」
「음. 이래뵈도 나는, 금붕어 건지기를 잘한다」
「헤, 헤에……그래」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자신만만하게 말해도, 평상시의 슈야로는 전혀 상상이 되질 않는다. 잘 건지기는 커녕, 슈야 자신이 수조안으로 빠져 버릴것만 같다.
그렇게 불안에 떨면서도, 슈야가 추천하여 나데시코도 금붕어 건지기를 하게 되었다.

「네, 그러면 2사람 몫. 노력해서 잡아주세요」
「음」

점원으로부터 그릇과 뜰채를 받자, 슈야의 얼굴은 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어라……?)

시작하기 전엔 정말로 괜찮은가 걱정했지만, 슈야는 의외로 능숙하게 금붕어를 잡는다.
1마리, 또 1마리씩 매끄러운 손놀림으로 수조에서 그릇으로 금붕어를 건져올렸다.

「……굉장하네, 슈야. 정말로 자신있었네」
「음? 그런가, 굉장한가!」
「에, 응……」
「옛날, 【금붕어 건져내기의 비법】이라고 하는 것을 배웠던 적이 있어서 말이다」
「【금붕어 건져내기의 비법】?」
「음. 그대에게도 전수해주겠다. 우선, 이렇게 뜰채를 물에 한번 적시고 나서――」

나데시코에게 칭찬을 받은 것으로, 기분이 좋아진 슈야는, 더욱 페이스를 올려 금붕어를 건진다. 정말로, 평상시의 멍한 모습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빠르게, 정확하게,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그릇안에 금붕어를 담는다. 어느샌가, 그릇 안은 당장이라도 흘러넘칠만큼 금붕어로 가득했다. 문득 신경이 쓰여 점원을 바라보면, 역시나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슈, 슈야, 굉장하네. 굉장한데, 역시 조금 많이 잡는 것 같아. 이제 더 안해도 되지 않을까……」
「무슨 말을 하는가. 도중에 그만 둘 수 없다. 내가 이 자들을 구해주지 않으면, 누가 한다는 것인가……!」

(어째서 쓸데없이 불타는 전개가 되버린거야……)

그 후, 그릇에서 정말로 금붕어들이 흘러넘쳐 점원으로부터 제지받을 때까지, 슈야는 금붕어를 계속 건져올렸다.
――하지만, 가져갈 수 있는 금붕어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결국 슈야가 손에 넣은것은 물을 넣은 봉지 안에 들어있는 금붕어 7마리. 2개의 봉지를 받았지만, 조금 좁은 듯이 봉지 안을 헤엄치고 있다.

「구할 수 있던 것은, 결국 7마리 뿐인가……」
「7마리를 건진것도, 충분하지 않아? 그보다, 슈야네 집에 금붕어를 넣을 수조는 있는거야?」
「오오, 잊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욕조에 풀어두면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수조를 사러 가도록 해」

차라리, 집에 있는 수조를 들고 갈까.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뱉는다. 이대로는, 정말로 욕조 안에서 금붕어들이 헤엄치게 될 것이다.

「7마리 인가……. 좋다, 이 녀석들에게 이름을 붙이도록 하자. 마침 7마리다」
「마침? ……아아!」

그가 말하는게 무엇인지 깨닫자, 나데시코는 무심코 웃어버렸다. 오늘 여기에 온 멤버와 같은 수 이다.

「이 작은것이 리이치로, 눈이 동글동글하고 귀여운것은 그대다. 조금전부터 함께 헤엄치고 있는 것이 형과 동생으로……음? ……오오, 나데시코. 보거라, 불꽃이 아름답다」
「에?」

갑자기 발을 멈춘 슈야가, 그렇게 말하고선 하늘을 바라본다. 금붕어 건지기에 집중해서 잊고 있었지만, 본래의 목적은 불꽃이었다.

(그러고보니, 모두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와버렸어. ……걱정하고 있을지도)

역시 한마디 정도 말을 하고 와야 했을지도 모른다. 가능한 서둘러 합류하려고, 슈야를 되돌아본다. ――그런데, 그 답지 않은 비애가 스며든 옆모습으로, 하늘을 올려보고 있었다.

「만추의 불꽃, 인가.……가을 밤은 외로운 것이지만, 이렇게 밤하늘에 커다란 꽃송이가 피는 것은 좋구나. 외로움을 감추기에는, 적절하다」
「슈야……?」

끝나버리면, 또, 외로워진다. 그렇게 중얼거린 슈야가 정말로 외로운 것 같아. 가슴의 근처가 어째서인가, 찌잉하고 안타까워졌다.

「슈……」

이름을 부르려고 했을 때,

「……흡푸엑크취!!!!!!」
「……………………」

커다란 재채기가, 두 사람의 가라앉은 서글픈 분위기를 날려 버렸다.
겨울도 가까워진 늦가을의 밤은, 부는 바람도 차갑다. 슈야처럼 유카타를 입고 있으면, 당연히 추울 것이다.

「유카타를 입고 와서……. 감기에 걸려버릴지도?」
「음. 하지만, 불꽃이라고 하면 유카타. 그것이 일본의 문화일 것이다」
「부정은 하지 않겠지만, 계절을 생각해줘」
「그대의 유카타 차림도 보고 싶었지만」
「에, 나?」
「음. 그대는 유카타가 어울릴 것 같다. 이 머리카락도, 반드시 유카타에 어울린다」

스르륵, 하고. 슈야의 손가락이 나데시코의 긴 머리카락을 쥔다. 순간 목덜미에 체온이 낮은 손가락이 닿아 그 차가움에 나데시코는 작게 어깨를 떨었다.

「이렇게 긴 채로도 좋지만, 역시 유카타에 맞춘다면 머리를 트는게 좋은가」
「슈, 슈야……?」

무의식적인가, 의도적인가. 가까워지는 슈야의 모습에, 나데시코의 가슴은 덜컥하고 큰 소리를 낸다.
바로 옆에 맑은 하늘과 같은 슈야의 눈동자가 있어, 어디로 시선을 향하면 좋은것인지 알지 못하고 눈을 돌린다.

「여, 역시 가을에는 입지 않아. 추우니까. 슈야 뿐일꺼야, 이런 시기에 유카타를 입는건」
「그런가. 그럼, 내년은 둘이서 유카타를 입고 어딘가의 여름축제를 가도록 하지. 여름이라면 문제는 없겠지?」
「에, 응. 그렇지만……에, 엣? 둘이서?」
「음. 그러면 약속이다」

슈야는 그렇게 말하고 미소지으며 나데시코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건다. 서늘한 슈야의 손가락 감촉이 무척 의식되어.

「다른 자들에게는, 비밀이다」

슈야의 어깨너머로 쏘아진 불꽃을 고개숙인 나데시코는 볼 수 없었다.





END.

 

 

 

 

 

종장  봄을 알리는 새가 지저귄다


 

『……이름.
 당신의 이름은, 뭐라고 부르나요?』

『……글쎄, 잊어버렸어』

『그렇다면……오공.
오공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가요?』


 

――먼 옛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어딘가 다른 세계를 보는 것처럼 지나가는, 기억의 잔상.
그 남자는, 분명히 행복했을 것이다.
동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과 한때라도 마음을 나누며, 자신의 신념과 함께 죽었으니까.

(……라지만, 나는 살아있지)

【그】도 살고 싶다고 바라지 않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을 누렸을 뿐이다. 그것은, 확실한 기쁨과 함께.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살고 싶다고 바란다.
그것은, 이 세계에 확실한 기쁨이 있으니까.

――확실한, 의미가 있으니까.


 

그 말에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자, 잔상은 조용하게 사라져갔다.
그리고 오늘도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은, 먼 옛날과는 다른, 사랑스럽게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오공! 적당히 일어나세요!」


 

아아 오늘도, 평온하고 사랑스러운 세계가 시작된다.



 

 *   *   *



 

「……그래서, 자네들은 어떤 관계인가」


눈 앞의 노야가 묻는 말에, 현장의 신체가 뚝 하고 굳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 근처에서 자세를 흩뜨려 거만하게 앉은 이는, 당장이라도 잠들어버릴 것 같은 덩치가 큰 남자.
하품을 눌러 참으며, 뭐 확실히 설명하기엔 곤란하지, 라고 오공은 어쩐지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

――천축으로의 여행, 그리고 경전을 둘러싼 싸움을 끝낸 후.
오공은 현장의 고향인 사원으로 이끌리게 되었다.
인간이 된 오공에서 있어서, 명계에도 천계에도 머물 곳이 없다.
서로를 유일한 존재로 인정한 두 사람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워,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위해 단신으로 뛰쳐나갔던 아이가, 여행의 끝과 함께 수상한 남자를 데려오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관계. 그, 그렇네요.
이 사람은 함께 여행을 했던 동료로……아, 처음 선택된 종자로서 참가하고 있었습니다만」


(……거기부터냐)
오공은 마음속으로 딴지를 걸었다.
주지와 얼굴을 맞댄 시점에서,【삼장법사의 종자】이며, 여행을 함께 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위에, 어떤 관계인가를 질문받았던 것이다.【왜, 여기에 같이 돌아왔는가】를.

그것을, 그녀의 성격상 단호히 대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그렇다고해서 시작된 계기부터 성취까지 이야기할 생각인가. 그건 봐줬으면 좋겠다.


「저 혼자서는, 도저히 완수할 수 없던 사명입니다. 동료들――이 사람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호오. 그건, 대의인가. 좋은 동료를 만났구나」
「네」


【어떤 관계인가】를 질문받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이야기는 여행의 보고로 바뀌고 있었다.
여행할 무렵의 이야기를 하는 현장은, 무척이나 상냥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오공에서 있어선 그 표정을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질리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지주는【그래서? 주제는?】라고 말하듯이 침묵으로 현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에, 저기……그래서, 말이지요. 왜, 이 분을 재차 주지님께 소개하는가 하면」


돌변해 힘없이 중얼거리며, 현장은 조금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어떤 때는 놀라울 정도로 대담하게 고백하면서도, 이런 곳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변함없다.


「이 분은 말이죠, 그……저의……」


반려, 라고 말하기엔 어렵겠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대를 반려라고 하는 것은. 그건 그렇다. 현장은 정조관념이 강한 여자이니까.
그렇다고해서 연인, 이라는 것도. 역시 그녀의 성격상 말하기 어려운 것은 확실하다.
긴 이야기를 계속 듣는것도 질린 오공이, 명백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게」
「에, 오공?」
「어이, 할아버지. 당신, 이 녀석의 부모나 다름 없는거지」
「뭐, 그렇다네」


무슨 말을 하는건가, 현장이 몹시 놀라면서 이쪽을 바라본다.
그 표정이 약간 재밌어서, 오공은 입꼬리를 올렸다.


「부지런히 길렀을테니, 미안하지만. 슬슬 아이로부터 독립해줘」
「……오공!? 무슨……」
「이 녀석은 내가 받을테니」
「무…………슨!?」
「……호오」


감탄하듯이 수긍하는 지주에 비해, 현장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다, 새파래진다.
라고 생각하면 또 붉어졌다. 바쁜 놈이다.


「오……오공!! 무, 무, 무슨……」
「거짓말은 안했잖아. 그게 아니면, 너는 내가 받는게 싫은거냐」
「그러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문제다」


예상은 했던대로, 얼굴을 붉히며 화내는 현장으로부터 시선을 옮겨, 오공은 주지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깊고 조용한 눈은, 과연 영생을 아는 노련한 교활함이 배어있다. 속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행복하게 해준다」


현장이 아니라, 그 맑은 눈동자의 노야에게.
오공이 확고한 음색으로 그렇게 고하면, 지주는 순간, 따스하게 미소지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됐다. 딸을 부탁하겠네」
「알았어. 뭐, 목표는 높게 잡으면 잘 모르겠으니까. 보통수준의 행복은 보장하겠어」
「홋홋홋. 그걸로 충분하지」


소리높여 웃는 주지의 목소리는, 왠지 듣기 기분좋다.
뒤에서 현장이 몹시 분개한듯 소리를 외치고 있었지만, 뭐 그것도, 정작 자신에게 있어서는 기분 좋은것 이었다.


「저, 저기요!? 당사자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어떤……!」
「바-보. 딸을 데려가는 남자와 아버지의 대화에, 여자가 참여하는 것도 이상하지」
「……네!?」
「한번 더, 묻겠어. 현장.……내가 받는 것이 싫은거냐」
「…………읏!!」


시선을 돌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눈빛으로 응시해 돌려주면, 붉게 변해 입만 뻐끔뻐끔거리는 현장의 얼굴.
……재밌는 얼굴이다. 역시 참을 수 없어, 오공은 뿜어낸 것과 동시에, 낄낄거리며 소리를 억눌러 웃기 시작했다.


「일정한 직업도 없는 사람이, 잘난듯이 말하지 말아주세요!!  어, 어쨌든 오공. 잠깐 이야기좀 해요!」
「아-, 네네. 알겠다고. 설교는 저쪽에서, 말이지」
「죄송합니다, 주지님. 나중에 제대로 설명할테니까요」
「설명은 충분히 받았지만. 뭐, 즐겁게 기다리도록 하마」


당황한 현장에게 팔을 끌려가는 오공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 모습을 즐거운듯이 바라보고 있던 지주가 가만히, 깊게 주름이 새겨진 눈시울을 올린다.
호면의 눈동자는, 확신이라도 하듯이 오공을 응시했다.


「아아, 자네」
「앙?」
「오공, 인가. 좋은 울림의 이름이네. 어떻게 쓰는가?」
「…………」


별다를 것 없는, 질문.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곁눈질로 현장을 바라보면, 어쩐지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끄러운듯한, 기가 막힌 것 같은. 분명, 자신이 무척 기쁜듯한 얼굴을 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을 묻는 것은, 숱한 인간들에게 있어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마, 살아있어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


「하늘을 깨닫는다 라고 써서, 오공이다」
「…………흠. 좋은 이름이잖은가. 하늘을 아는 자」
「굉장한 이름이지만」
「이름은 속이지 않지. 자네에게 어울리는 이름이야」
「……그건, 고마워. 당신의 자랑스런 딸이 지어준 이름이니까」
「그런가. 자네의 자랑스런 연인이 지어준 이름인가」
「……말이 좀 통하는데, 당신」
「홋홋홋」
「저기, 그러니까!  둘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주세요……! 듣고 있는건가요, 오공!」


그녀가, 이름을 부른다.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부드럽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사랑스러움과 함께.

마당에서는, 휘파람새의 울음소리와 날개짓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새로운 나날을 동반한 채, 작은 세계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애들은 한자 그대로 읽는게 익숙한데..
스오우....는 소방이라고 차마 못하겠음. 어색해!!!!
그런고로 스오우는 스오우 그대로 표기...



[원문이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제 5장  서늘한 새벽녘(爽暁)

 


 

썰렁한 냉기가 눈꺼풀을 어루만진다.
천천히 눈을 떠보면 주변은 더 이상 어둡지 않고 옅은 안개가 어린 기색이다.
곁에 있는 존재를 생각해 낸, 스오우는 소리나지 않게 살그머니 일어났다.

(……아침, 인가)

창을 바라보면 아침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이른, 별이 지평으로 떨어져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한 시각.
명계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경치에, 문득 입이 벌어졌다.
야청빛과 은빛, 그리고 붉은빛이 완만하게 서로 어우러지는 새벽.
황혼과는 또 다른 이 색조가, 스오우는 무척이나 좋았다.

지상에 있었을 무렵은 아침이 빨랐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
유망주라고 말해져도 역시 같은 자리 안에서는 신인으로,
동기 동료와 함께 준비나 청소로 인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하루는 시작되었었다.

하루의 시작에, 이런 서늘한 새벽녘을 언제나 보고 있었다.

그리운 추억에 빠지는 것과 동시에, 어쩐지 이 경치가 먼 세계처럼 느껴졌다.
역시 자신에게 고향은 이미 이곳에 없겠지, 라고.


「……응……」


작은 목소리가 들려 시선을 돌리면, 곁의 기척이 속눈썹을 떨고있었다.
눈을 뜨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온전히 정신을 차리기엔 이른 것 같다.
그 모습에 미소를 띄우며, 스오우는 손가락끝으로 그녀의 뺨을 어루만진다.

깨우고 싶지 않지만, 만지고 싶다. 아직 자는 얼굴을 보고 싶지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경치를 그 눈동자에 비췄으면 좋겠다.


「……으, 스오우……?」
「미안, 깨웠어?」


미안하다 말했지만 그녀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던 것이 기뻐서,
스스로도 조금 뒤틀려있다 싶어 기가막혔다.


「아뇨, 조금 썰렁해서……눈이 떠졌을 뿐이에요」
「그래. 아직 이르지만……조금 일어나볼래?」
「네. ……무슨 일있나요?」
「아니, 아침 노을이 아름다워서. 현장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아침 특유의 고요함에 맞춰, 목소리를 낮춘다.
스오우의 온화한 음색에, 현장은 미약하게 숨을 죽였다.
아침해는 이미 산등성이 너머로 얼굴을 비춰, 이 여관의 실내에도 빛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침 노을의 하늘을 보지 않아도, 그 빛에 비춰지는 청록색의 눈동자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얼버무리듯이 눈을 내리뜨고 수긍하며, 스오우에 맞춰 현장도 창가에 다가섰다.


「……아름답네요」
「그치?  나도 오랜만에 봤지만, 역시 좋아」
「아……그렇네요. 명계에는 아침이 오지 않으니까」
「응. 좀처럼 볼 수 없으니까, 잘 보이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는 그에게, 현장도 쓴웃음을 돌려준다.
――한번 서로의 손을 놓은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어제의 일.
떨어져 지내던 동안의 일이나 향후의 일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변함없는 생각을 알았다.


「……아」


문득, 스오우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낸 것처럼 작게 소리를 높인다.


「무슨 일이에요?」
「잠에 취해서 중요한걸 잊었어」
「? 뭔데요」


크고 맑은 눈을 깜빡이며 이쪽을 보는 현장은, 일어난지 얼마 되지않은 탓인지 눈꺼풀이 무거워 보였다.
머리카락도 조금 흐트러져, 어쩐지 나른해보이는 그 모습은 스오우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슥 하고 그녀의 뺨을 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지며, 천천히 끌어당긴다.


「…………chu」


깜짝 놀라며 중심이 기울어진 신체를 받아들이며, 그 눈가에 입맞춤을 떨어뜨렸다.
스오우의 입술이 부드럽게 닿은 부분에, 열이 머문다.


「좋은 아침, 현장」


눈을 뜬 채 살짝 뺨을 붉히는 그녀는, 역시 예쁘다.
계속 바라보고 싶다 생각하고, 더 놀래켜 당황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 아침 인사라면 평범하게 해주세요……!」
「에. 평범하게 한건데」
「뭔가 불필요한게 추가되어 있습니다, 확실히」
「불필요하지 않아. 아침부터 네가 사랑스러웠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


뭐가 어쩔 수 없었냐는 것인지 항의하는 듯한 눈이었지만, 되받아치듯이 스오우는 싱긋 미소지었다.


「나는 조금 뒤에 나가지 않으면 안돼. 회합의 준비가 있으니까」
「아, 그런가요……. 그러면 저도 같이 나갈께요. 배웅하고 싶으니까」
「고마워. 그럼, 나갈 준비를 해볼까. 아마 이제 슬슬 금이랑 은도 마중――――」


라고, 스오우의 말이 어중간하게 멈췄다.
현장이 고개를 갸웃하면, 그는 매우 진지한 얼굴로 집게 손가락을 입술에 세운다.
『조용히』라는 신호를 알아차려, 이유도 모른채 현장은 말을 감췄다.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소리? 인가요?」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말을 주고 받으면, 확실히 고요함으로 가득찬 이 장소에,
두 사람 이외의 목소리가 들린다. ――발신원은, 아무래도 문 밖이다.
그 발신원도 소리를 낮추고 있지만 ――.


「벽과 동화합니다! 그러면 안쪽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누, 누님, 소리는 낮춰주세요~……!」
「낮추고 있어요! 나,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소리를 낮춘 적 없어요!?」
「그거, 자랑스럽게 할 말은 아닌것 같은데요……」
「어쨌든 두 분은 아직 자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일어날 때를 노립니다!」
「? 자다 일어나서 깜짝☆같은 건가요~?」
「틀려요! 아침 특유의, 연인의 대화를 충분히 만끽하는 것이겠지요!」
「아아! 아침부터 너는 사랑스러워라던가 그런거 말이지요~」
「에에, 그겁니다!」


――목소리를 낮추기는 커녕, 서서히 처음의 소리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아마 다른 방의 손님에게도 폐가 되고 있다는 것도.


「…………」
「…………」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스오우와 현장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한 쪽은 쓴웃음, 한 쪽은 크게 얼굴을 찡그리며 질려버린듯한 표정이었지만.


「……왠지 미안해」
「후후, 변함없네요」
「저 애들이 변할 일은 아마 없다고 생각해……」


게다가 그들의 대화 내용을, 조금이나마 자신이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스오우는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본능적인 행동이겠지만, 역시 견딜 수 없겠지.
그렇다고 해도, 마음속으론 지친 얼굴을 하면서도 자애로 가득 차있는 스오우의 표정은,
현장이 아는 것과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기다리게 하는것도 가여우니, 준비하고 나갈까요」
「응. ……아, 현장」
「네?」
「천천히 이야기 할 수 없게 될 것 같으니까, 먼저 말할께」


유유히 현장을 바라보며, 스오우는 온화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또 당분간 만날 수 없게 되버렸지만」
「……네」
「어제도 말했다시피, 만나러 올테니까」


그녀의 손을 잡아, 조심스럽게 움켜쥔다.
오늘부터, 내일부터, 또 그녀에게 짊어지게 만드는 슬픔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도록.


「……틀림없이, 만나러 올테니까」
「네. 기다리고 있을께요」


그리고 그녀는, 시원스런 어조로 분명하게 대답을 돌려준다.
자신의 간사함에 자조하면서도, 스오우는 미소지었다.

창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빛은, 이미 금빛으로.
두 사람의 미래를 가려버리는 어둠을, 그곳에선 찾아 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