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K~연소전~ 종장 봄을 알리는 새가 지저귄다
종장 봄을 알리는 새가 지저귄다
『……이름.
당신의 이름은, 뭐라고 부르나요?』
『……글쎄, 잊어버렸어』
『그렇다면……오공.
오공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가요?』
――먼 옛날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어딘가 다른 세계를 보는 것처럼 지나가는, 기억의 잔상.
그 남자는, 분명히 행복했을 것이다.
동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과 한때라도 마음을 나누며, 자신의 신념과 함께 죽었으니까.
(……라지만, 나는 살아있지)
【그】도 살고 싶다고 바라지 않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음을 누렸을 뿐이다. 그것은, 확실한 기쁨과 함께.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살고 싶다고 바란다.
그것은, 이 세계에 확실한 기쁨이 있으니까.
――확실한, 의미가 있으니까.
그 말에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자, 잔상은 조용하게 사라져갔다.
그리고 오늘도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은, 먼 옛날과는 다른, 사랑스럽게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오공! 적당히 일어나세요!」
아아 오늘도, 평온하고 사랑스러운 세계가 시작된다.
* * *
「……그래서, 자네들은 어떤 관계인가」
눈 앞의 노야가 묻는 말에, 현장의 신체가 뚝 하고 굳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 근처에서 자세를 흩뜨려 거만하게 앉은 이는, 당장이라도 잠들어버릴 것 같은 덩치가 큰 남자.
하품을 눌러 참으며, 뭐 확실히 설명하기엔 곤란하지, 라고 오공은 어쩐지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
――천축으로의 여행, 그리고 경전을 둘러싼 싸움을 끝낸 후.
오공은 현장의 고향인 사원으로 이끌리게 되었다.
인간이 된 오공에서 있어서, 명계에도 천계에도 머물 곳이 없다.
서로를 유일한 존재로 인정한 두 사람에게는 그것이 자연스러워,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설명하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기위해 단신으로 뛰쳐나갔던 아이가, 여행의 끝과 함께 수상한 남자를 데려오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관계. 그, 그렇네요.
이 사람은 함께 여행을 했던 동료로……아, 처음 선택된 종자로서 참가하고 있었습니다만」
(……거기부터냐)
오공은 마음속으로 딴지를 걸었다.
주지와 얼굴을 맞댄 시점에서,【삼장법사의 종자】이며, 여행을 함께 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위에, 어떤 관계인가를 질문받았던 것이다.【왜, 여기에 같이 돌아왔는가】를.
그것을, 그녀의 성격상 단호히 대답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그렇다고해서 시작된 계기부터 성취까지 이야기할 생각인가. 그건 봐줬으면 좋겠다.
「저 혼자서는, 도저히 완수할 수 없던 사명입니다. 동료들――이 사람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습니다」
「……호오. 그건, 대의인가. 좋은 동료를 만났구나」
「네」
【어떤 관계인가】를 질문받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면 이야기는 여행의 보고로 바뀌고 있었다.
여행할 무렵의 이야기를 하는 현장은, 무척이나 상냥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오공에서 있어선 그 표정을 훔쳐보는 것만으로도 질리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지주는【그래서? 주제는?】라고 말하듯이 침묵으로 현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에, 저기……그래서, 말이지요. 왜, 이 분을 재차 주지님께 소개하는가 하면」
돌변해 힘없이 중얼거리며, 현장은 조금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어떤 때는 놀라울 정도로 대담하게 고백하면서도, 이런 곳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변함없다.
「이 분은 말이죠, 그……저의……」
반려, 라고 말하기엔 어렵겠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대를 반려라고 하는 것은. 그건 그렇다. 현장은 정조관념이 강한 여자이니까.
그렇다고해서 연인, 이라는 것도. 역시 그녀의 성격상 말하기 어려운 것은 확실하다.
긴 이야기를 계속 듣는것도 질린 오공이, 명백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게」
「에, 오공?」
「어이, 할아버지. 당신, 이 녀석의 부모나 다름 없는거지」
「뭐, 그렇다네」
무슨 말을 하는건가, 현장이 몹시 놀라면서 이쪽을 바라본다.
그 표정이 약간 재밌어서, 오공은 입꼬리를 올렸다.
「부지런히 길렀을테니, 미안하지만. 슬슬 아이로부터 독립해줘」
「……오공!? 무슨……」
「이 녀석은 내가 받을테니」
「무…………슨!?」
「……호오」
감탄하듯이 수긍하는 지주에 비해, 현장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다, 새파래진다.
라고 생각하면 또 붉어졌다. 바쁜 놈이다.
「오……오공!! 무, 무, 무슨……」
「거짓말은 안했잖아. 그게 아니면, 너는 내가 받는게 싫은거냐」
「그러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문제다」
예상은 했던대로, 얼굴을 붉히며 화내는 현장으로부터 시선을 옮겨, 오공은 주지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깊고 조용한 눈은, 과연 영생을 아는 노련한 교활함이 배어있다. 속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행복하게 해준다」
현장이 아니라, 그 맑은 눈동자의 노야에게.
오공이 확고한 음색으로 그렇게 고하면, 지주는 순간, 따스하게 미소지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됐다. 딸을 부탁하겠네」
「알았어. 뭐, 목표는 높게 잡으면 잘 모르겠으니까. 보통수준의 행복은 보장하겠어」
「홋홋홋. 그걸로 충분하지」
소리높여 웃는 주지의 목소리는, 왠지 듣기 기분좋다.
뒤에서 현장이 몹시 분개한듯 소리를 외치고 있었지만, 뭐 그것도, 정작 자신에게 있어서는 기분 좋은것 이었다.
「저, 저기요!? 당사자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은 어떤……!」
「바-보. 딸을 데려가는 남자와 아버지의 대화에, 여자가 참여하는 것도 이상하지」
「……네!?」
「한번 더, 묻겠어. 현장.……내가 받는 것이 싫은거냐」
「…………읏!!」
시선을 돌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눈빛으로 응시해 돌려주면, 붉게 변해 입만 뻐끔뻐끔거리는 현장의 얼굴.
……재밌는 얼굴이다. 역시 참을 수 없어, 오공은 뿜어낸 것과 동시에, 낄낄거리며 소리를 억눌러 웃기 시작했다.
「일정한 직업도 없는 사람이, 잘난듯이 말하지 말아주세요!! 어, 어쨌든 오공. 잠깐 이야기좀 해요!」
「아-, 네네. 알겠다고. 설교는 저쪽에서, 말이지」
「죄송합니다, 주지님. 나중에 제대로 설명할테니까요」
「설명은 충분히 받았지만. 뭐, 즐겁게 기다리도록 하마」
당황한 현장에게 팔을 끌려가는 오공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 모습을 즐거운듯이 바라보고 있던 지주가 가만히, 깊게 주름이 새겨진 눈시울을 올린다.
호면의 눈동자는, 확신이라도 하듯이 오공을 응시했다.
「아아, 자네」
「앙?」
「오공, 인가. 좋은 울림의 이름이네. 어떻게 쓰는가?」
「…………」
별다를 것 없는, 질문.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곁눈질로 현장을 바라보면, 어쩐지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끄러운듯한, 기가 막힌 것 같은. 분명, 자신이 무척 기쁜듯한 얼굴을 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을 묻는 것은, 숱한 인간들에게 있어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마, 살아있어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
「하늘을 깨닫는다 라고 써서, 오공이다」
「…………흠. 좋은 이름이잖은가. 하늘을 아는 자」
「굉장한 이름이지만」
「이름은 속이지 않지. 자네에게 어울리는 이름이야」
「……그건, 고마워. 당신의 자랑스런 딸이 지어준 이름이니까」
「그런가. 자네의 자랑스런 연인이 지어준 이름인가」
「……말이 좀 통하는데, 당신」
「홋홋홋」
「저기, 그러니까! 둘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말아주세요……! 듣고 있는건가요, 오공!」
그녀가, 이름을 부른다.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부드럽고, 눈물이 날 것 같은 사랑스러움과 함께.
마당에서는, 휘파람새의 울음소리와 날개짓하는 기색이 느껴진다.
새로운 나날을 동반한 채, 작은 세계가 시작되는 소리가 들렸다.
'번역 소설 > S.Y.K' 카테고리의 다른 글
S.Y.K~연소전~ 제5장 서늘한 새벽녘 -스오우(소방)편- (0) | 2015.09.29 |
---|---|
S.Y.K~연소전~ 제4장 자줏빛의 고양이 -옥룡편- (0) | 2015.09.29 |
S.Y.K~연소전~ 제3장 윤회는 돌고 돈다 -오정편- (0) | 2015.09.29 |
S.Y.K~연소전~ 제2장 거짓말은 아니지만 -팔계편- (0) | 2015.09.29 |
S.Y.K~연소전~ 서장 마지막과 시작 -오공편- (0) | 2015.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