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삼지연의 발매기념SS 『낙양에서…』
【一】
「관우, 잘 보고 있어」
유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를 비틀어 오른손을 몸의 뒤로 돌린다.
그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끈을 감은 나무로 만든 팽이였다.
그 표정은 진검을 쥔 그 자체.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다.
「에잇!」
귀여운 외침과 함께 오른손을 움직여 팽이를 던졌다.
조금 기세가 줄었지만, 팽이는 간신히 마루 위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해냈다! 해냈다구!」
날뛰며 기뻐하는 유비를, 관우는 상냥하게 바라본다.
그렇지만, 그 표정은 살짝 그늘져 있었다.
왜냐하면, 여기는 낙양에 있는 조조의 저택.
눈 앞의 유비는 인질로서 이곳에 있으니까.
황건적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그 결백을 증명하기위해 관우를 비롯한 묘족들은 유주의 마을을 나왔다.
게다가, 조조에게 유비를 인질로 잡혀있는터라 그의 부하로서 싸우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나마, 인질이라고는 해도 유비가 난폭한 취급을 받는 일은 없었다.
이렇게 관우가 유비를 찾아오는 것도 허가되어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이대로일 수는 없어)
유비를 데리고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간다.
그것이 관우부터 시작해서 묘족 모두의 소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그것을 실현시킬만한 수단은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다.
한숨이 나온다.
그런 관우의 얼굴을, 유비가 걱정스러운듯이 바라보았다.
「관우, 왜 그래?」
당장이라도 울 것같은 유비의 표정에, 관우의 가슴이 쿡 하고 따끔했다.
「괜찮아, 유비. 아무것도 아니야. 있잖아, 다음 팽이도 돌려보자」
관우의 웃는 얼굴에 안심했는지, 유비는 크게 수긍했다.
「응, 알았어. 그럼 다음은 이쪽의 팽이…」
하던, 그 때였다.
넓은 실내에 중후한 목소리가 울린다.
「와 있었는가, 관우」
그 목소리를 잘못 들을리가 없다.
묘족을 인간의 싸움에 말려들게 만든 장본인, 조조였다.
표정을 굳힌 관우는 목을 움직인다.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다가오는 조조가 보였다.
바로 뒤에 하후돈의 모습도 있다.
묘족에 대한 모멸이나 미움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으며 관우를 노려보고 있다.
「왜, 내 방에 오지않지? 인사 한번 정도는 하러 와도 좋은것이 아닌가?」
「공교롭게도, 나는 당신에게 용무가 없어요. 유비를 만나러 왔을 뿐이니까」
단호하게 말하는 관우에게, 하후돈이 외친다.
「네 놈! 조조님께 무슨 말버릇이냐」
「진정해라, 하후돈」
분개하는 하후돈을 한 손으로 제지하고 나서, 조조는 재차 관우를 바라본다.
「마침 잘됐다, 관우.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나에게?」
「가도(街道)에 황건적이 나타났다는 알림이 왔다. 십삼지 몇 명을 데리고 그들을 토벌해라」
유비가 인질이 되어있는 이 상황에서,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관우에게 불가능했다.
「알겠어…요」
작게 수긍하며, 관우는 걱정스러운듯이 자신을 올려보는 유비에게 고했다.
「유비, 그러면 나, 다녀올께」
유비로부터 멀어지려는 관우.
그러나 그 손이 유비에 의해 강하게 잡힌다.
「저기 관우,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당장이라도 울 것같은 얼굴로, 유비가 관우를 올려보고 있다.
「걱정하지마, 유비」
불안해하는 유비에게, 관우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나는 제대로 돌아올테니까. 유비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을테니까. 약속이야」
유비의 머리에 손을 얹어 은발을 가볍게 어루만지고, 관우는 방을 뒤로한다.
「조조님!」
참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하후돈이 소리를 짜냈다.
「십삼지에게 명령하지 않고도 제가!」
「불만인가, 하후돈. 그렇다면 너도 같이 가도 좋다」
조조의 제안에, 하후돈은 의욕을 보이며 수긍한다.
「………네. 십삼지의 힘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이 제가 놈들에게 깨닫게 해주겠습니다」
하후돈은 한번 예를 갖추고, 강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간다.
「훗, 깨닫게 되는 것은 과연 어느쪽일까」
조조는, 조용히 미소를 흘렸다.
【二】
「정말, 짜증나네─」
관우의 바로 근처에서, 장비가 큰 소리로 투덜댄다.
「언제까지 조조 녀석에게 계속 혹사당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조조의 명에 의해, 가도에 정찰을 나가는 도중이었다.
관우, 장비, 그리고 묘족의 정예 몇 명이 한 무리가 되어 걷고있다.
「어쩔 수 없어. 장비, 유비가 인질로 잡혀있으니까. 솔직히 따를 수 밖에 없잖아」
「그런거 알고있어. 우리들은 여기서 계속 싸울 수 밖에 없는거겠지」
장비는, 그 시선을 조금 앞에서 걷고있는 하후돈의 등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단언했다.
「유비를 위해서다. 진절머리나는 녀석이지만, 같이 싸워줄께」
「잠깐, 장비」
관우가 나무라는것도 늦었다.
하후돈은 발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았다.
「착각하지 말아라」
눌러참는 목소리로, 하후돈은 말했다.
「나는 십삼지와 함께 싸울 생각따위 없다. 여기에 온 것은, 네 놈들에게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다.
네 놈들의 힘 따위, 조조님에겐 필요 없다는 것을」
「그쪽이야말로 착각하지 말라구.
애초부터 우리들은 조조의 힘이 되고싶단 생각 요만큼도 안한다구」
조롱하는 것 처럼 장비가 콧소리를 냈다.
「유비를 인질로 삼아서 우리들의 힘을 쓰고싶어 하는 것은, 조조 녀석이라구」
「크윽」
사실을 들이대자, 하후돈이 우물거린다.
「…조조님도, 머지않아 알게 되실거다. 이런 무리의 힘 따위 필요 없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타이르듯이 하후돈이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관우가 긴장한 목소리로 고한다.
「모두, 조심해. 황건적이야」
건들거리며 모습을 나타낸 것은, 스무명에 가까운 남자들이었다.
머리에는 황건적이란 증거인 황색 옷감을 두르고 있었다.
「낙양에서 군사를 보내왔나. 좀 화려하게 일을 벌였던 것 같네」
「뭐 어때, 이 근처에서는 충분히 벌었으니까. 또 다른 곳으로 가면 되지」
「이런, 그 전에 이 녀석들을 죽여두지 않으면」
황건적들은 각자 무기를 들었다.
수적으로 우세해 벌써부터 이긴 것 마냥, 여유로운 미소를 띄고 있다.
그 미소가 얼어붙은 것은, 말없이 검을 뽑은 하후돈이 가까운 적을 일격에 쓰러트린 후 였다.
그 힘에 황건적들도 술렁거렸다.
「이 녀석들, 단순한 정찰병이 아냐」
「에에잇, 모두 공격해라!」
황건적들이 일제히 들이닥쳐온다.
「몇 명이든 마찬가지다!」
하후돈은 한 무리 속으로 뛰어들었다.
엉성한 잔재주나, 손놀림의 기술등에 의지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쳐나간다.
성실하고 정직한 그 다운 싸움이었다.
「잘 봐라! 십삼지! 이것이, 조조님을 위해 가다듬으며 훈련한 나의 무(武)다!」
생각했던대로 힘차게 검을 휘두르면서, 하후돈은 관우에게 눈길을 보냈다.
「!?」
숨이, 일순간 멈췄다.
관우는, 유연한 몸놀림으로 적의 칼날을 피하면서 손에 든 언월도를 휘두르고 있다.
일류의 무를 가진 하후돈이기 때문에 더욱, 관우의 힘을 한눈에 간파해 감탄한다.
(저 여자, 강하다. 어쩌면 지금의 나 이상으로…)
업신여겨야 할 존재인 십삼지의 여자가, 자기보다 무에서 뛰어나다.
그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럴리가 없다!」
거친 목소리를 낸, 하후돈은 자신의 싸움으로 돌아온다.
지금까지 보다 더 격렬하게 적을 베어 넘어뜨려간다.
적이 쏜 화살이 뺨을 스쳐 희미하게 피가 맺혔지만,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윽고, 마지막 한명이 지면으로 쓰러졌다.
「끝났네요」
후우 하고 숨을 내쉬는 관우의 코 끝에, 하후돈은 자신의 칼날을 들이대었다.
「여자, 나와 겨루자! 지금 여기서!」
「엣!?」
「싸우자! 내 실력이 더 우수하단 것을 증명해주겠다!」
「네 녀석! 뭐야 난데없이」
불만에 가득찬 장비가 소리쳤다.
「그렇다면 내가 상대해주겠어!」
「그만둬, 장비」
주먹을 움켜쥔 장비를, 관우가 말렸다.
그리고, 하후돈에게로 고개를 돌려 분명하게 말한다.
「나는, 무의미한 싸움을 할 생각은 없어요.
적어도, 당신과 나는 적이 아니니까」
관우는 품에서 곱게 접은 천을 꺼낸다.
하후돈에게로 다가가, 그의 뺨으로 손을 내민다.
상처에 천을 갖다대었다.
「무, 무슨 짓이냐!」
하후돈이 관우의 손을 뿌리친다.
「놀라지마요, 단지 피를 닦았을 뿐이니」
관우는, 하후돈의 손에 천을 쥐어주었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이걸로 조금이나마 지혈해두는게 좋아요」
「무……」
「누님! 이제 돌아가자구. 언제까지고 이런 녀석 상대할 필요 없다구」
장비가, 안절부절한 모습으로 말한다.
「그래」
하후돈을 그 자리에 남겨두고, 관우들은 왔던 길로 돌아간다.
(저 여자는, 나를 분발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하후돈은, 관우에게 건네받은 천으로 시선을 내렸다.
(단지 상처를 닦았을 뿐이라 말했는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동요하고 있지?
어째서 내 마음은 이렇게도 흐트러지는 것일까)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에, 하후돈은 혼자서 계속 갈등하고 있었다.
【三】
활기찬 낙양의 중심부를, 싸움을 끝낸 관우와 장비가 걷고있었다.
함께 싸운 다른 묘족들은 벌써 거류지로 돌아갔다.
「장비, 무리하게 같이 갈 필요 없어. 조조에게 보고하는 건 나 혼자서도」
「괜~~~찮다니까. 내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우기면서, 장비는 내심 중얼거렸다.
(누님만 고생시킬 수는 없다구)
조금 전의 싸움으로, 장비는 아직도 자신이 관우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강함의 문제가 아니었다.
(하후돈에게 도발되어도, 누님은 냉정했지만. 그에비해 나는……)
이대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봤자 자신은 모자른 남동생에 그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니까, 조조에게 보고하는 것을 관우 한사람에게만 맡길 수 없었다.
적어도 같이 고생해 의지할 수 있는 남자로 성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쨌든, 나는 누님과 함께 갈꺼야.
조조 녀석에게 누님 혼자가면, 무슨 짓을 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장비.
였는데, 그 발이 멈췄다.
「!? 어째서 저 녀석이 여기있는거야!」
의아스러워하며 얼굴을 찡그린다.
「장비,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냐! 누님, 다른 길로 가자」
「어째서. 이 길이 제일 빨라」
「아니, 가끔씩은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응? 괜찮지?」
어떻게든 관우를 다른 길로 유도하려는 장비.
강하게 밀려 한 차례 따라간 관우였지만,
「아, 조운!?」
앞쪽에 서 있는 면식이 있는 청년의 모습을 깨닫는다.
관우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일까.
청년이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다가온다.
「오랜만이네, 관우」
「조운, 왜 당신이 여기에?」
「공손찬님의 심부름으로. 날이 저물면 북평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다행이다.
너와 이렇게 만날수 있어서」
조운은, 관우의 눈동자를 지그시 응시했다.
「너와 만날 수 없던 날들이, 내게 어찌할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게 해준다.
틈만나면, 너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지.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이런 말을 해버리는게 조운이라는 남자였다.
「저기」
이런말에 그다지 익숙치않은 관우는, 조금 부끄러워져 버린다.
「응?」
그런데, 조운이 작게 소리를 높인다.
「관우, 그 모습은?」
「아, 이건」
관우가, 모래먼지로 더럽혀진 자신의 옷을 봤다.
「지금, 잠깐 밖에 나갔던 참이라」
황건적과 싸우고 있었다…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관우를 보통 여성으로서 대해주는 조운에게, 무기를 손에 든 자신을 조금이나마 숨기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가」
더 이상 물어보는 것 없이, 조운은 수긍한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해낸 것처럼 입을 열었다.
「관우, 내가 옷을 선물할 수 있게 해주지 않겠어?」
「엣?」
「마침, 바로 저기에 옷을 파는 가게가 있다」
조운이, 나열된 노점의 한 곳을 가리킨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옷들을 모아 팔고있는 가게였다.
「조운, 모처럼이지만, 난 옷은」
「괜찮으니까 가자. 공손찬님도 묘족과 만나면 받은 만큼 보답하라고 말하시니까」
관우의 손을 잡아, 반 억지로 이끌고 간다.
「잠깐 기다려어어어어!!!」
장비가, 쭉 참아왔던 불만을 폭발시켰다.
「조운, 너 무슨 제멋대로인 말을 하는거냐! 누님이 싫어하잖아!」
두 사람의 손을 끊어내며, 조운의 앞에 선다.
「누님의 옷을 사준다니 쓸데없는 참견이야.
애초에, 누님이 무슨 옷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확실히, 나는 관우와 알게된지 얼마 안되지.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천천히 고개를 젓는 조운이었지만,
「하지만, 관우에게 어떤 옷이 어울리는지는 안다고 생각한다」
당당한 태도로 단언한다.
「그래, 예를 들면…」
조운은 옷가게로 향해, 옷 한벌을 골라 그것을 들어보인다.
「이런 것 어떤가?」
옅은 연둣빛의 옷이었다.
「관우의 아름다움에는, 이런 색이 잘 어울린다고 나는 생각한다」
「바보! 너 아무것도 모르는구만!」
대항 의식에 불이 붙은 것 같다.
장비도 그 옷가게로 다가가, 옷 한벌을 손에 든다.
주홍빛에 물들은 천으로 만들어진 옷이었다.
꽃 모양이 수놓아져 있다.
「누님에게는 이 정도로 정열적인 옷이 어울린다구!」
두 사람의 의견은 정면으로 대립했다.
서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기, 두 사람. 적당히…」
「좋아,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이 화려한 장식이 누님에게 딱이네!」
「이 쪽의 옷도 나쁘지 않다. 이 광택이, 관우의 아름다움을 감싸준다」
두 사람의 옷 고르기 전투는 끝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후우 하고 한숨을 쉬며, 관우는 그 자리를 뒤로한다.
「정말, 둘 다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니까」
관우가 입 안에서 작게 중얼거린다.
(저런 눈부신 옷, 나에게는 필요없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반면, 작은 불안도 느낀다.
관우는 자신의 옷차림을 본다.
움직이기 편한 의상이다.
싸움을 마치고 온 그것은, 모래먼지로 더러워져 있다.
(이런 모습은, 여자아이로서 문제가 있는걸까?)
그런걸 생각하며, 조금 암담한 기분이 되어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관우상」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봄의 햇살을 연상시키는, 온화하고 침착한 분위기의 목소리였다.
발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상냥한 미소를 띄운 청년이 서 있다.
「죄송합니다, 혹시 놀라게 해버렸나요?」
「아뇨, 괜찮아요」
관우는, 웃음지으며 바라보았다.
「오늘은 여포와 함께가 아니네요?」
「네, 여포님은 자택에서 쉬고 계십니다. 저는, 여포님이 주문하셨던 화장품을 받기위해」
장료는, 손에 들고있던 소포를 들어보인다.
「그런데 관우상. 어두운 안색을 하고 있습니다만, 뭔가 고민이라도?」
「고민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 망설이고나서, 관우는 입을 연다.
「저기, 장료. 나도, 조금은 멋부리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여포처럼 아름다운 옷을 입는다던가」
「그렇네요, 확실히 꾸민 관우상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먼저 말하고 나서, 장료는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하지만, 지금 그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정말로? 이런 모래투성이라도?」
「그게 당신의 아름다움을 훼손시키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장료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여포님도 아름다운 분입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저는 당신으로부터 느낍니다.
생명력의 찬람함이라고 할까요? 그것이, 저에게는 무척 눈부시다고 생각됩니다」
장료는, 살그머니 양 손을 관우에게로 뻗었다.
그리고, 관우의 옷에 묻어있는 먼지들을 털어낸다.
「봐요 이렇게, 먼지같은 건 털어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좀 더 자신의 아름다움에 자신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옷은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분입니다.
그것은, 제가 보증합니다」
장료의 말에 관우는 기쁘면서도, 부끄러워졌다.
「고, 고마워요. 장료. 그러면 나, 볼 일이 있으니까」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뒤로 해버렸다.
【四】
슬슬 어슴푸레해지는 황혼의 시간.
조조의 저택에 관우는 도착했다.
문지기에 용건을 고하면, 관우는 바로 조조의 방으로 안내받는다.
그다지 오래 기다릴것도 없이, 조조가 모습을 나타낸다.
관우의 눈 앞, 좀 더 높은 마루에 조조는 앉았다.
「기다리게 했군. 관우」
「일단 보고하러 왔지만, 혹시 이미 하후돈에게 들었다거나?」
관우의 물음에, 조조가 가볍게 수긍한다.
「그렇, 다면 이제 필요없네요」
「기다려라, 관우.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일어서는 관우를 조조가 불러 세운다.
「하후돈이, 보고하면서 끊임없이 말했다. 너는 방심해선 안되는 여자다…라고.
평소와 다른 불안한 모습인데. 저건 도대체 어떤 의미지?」
관우는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것 모르겠네요.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겠지요」
등을 돌려 떠나려는 관우의 팔을 조조가 잡는다.
「나는, 너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아파요, 놔요. 조조」
작게 비명을 지르는 관우.
그런 모습이, 조조의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일으킨다.
(이번 일로, 하후돈이 십삼지의 힘을 인정하게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 이상이다. 하후돈은 관우라는 존재에게 무엇인가를 느낀 것이다.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지? 관우는 하후돈에게 무엇을 보인거지?
그건, 아직 이 나에게도 보인적 없는 것인가?)
질투와 흡사한 감정이 울컥거리며 올라온다.
돌연 강한 힘으로 조조는 관우를 끌어안았다.
「잠깐 조조, 무슨!?」
「과연, 이런 밤중에 남자의 곁으로 오다니 확실히 방심할 수 없겠군」
그렇게 트집을 잡는다.
아직 저녁이라고 반론하며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애를쓰는 관우였지만,
벌써 날은 거의 저물어가고 있었다.
아직 불을 켜지않은 방은 어두웠다.
조조를 밀쳐내려한 관우였지만, 그 귓가에 속삭여진다.
「저항할 생각인가? 그것도 좋겠군.
허나, 잊지말아라. 너의 제일 중요한것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조조가 은근히 유비를 암시한다.
(여기서 내가 조조에게 거역하면…유비가…)
관우가 절망을 느낀 순간이었다.
「기다려라! 그 쪽은 조조님의 방이다!」
허둥지둥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그런 목소리가 울린다.
「관우, 관우 어딨어!?」
유비의 목소리였다.
(유비!)
반사적으로 관우는 유비를 밀쳐냈다.
그대로 방을 뛰쳐나온다.
긴 통로의 저 편에서 은발의 소년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유비다.
「아, 관우!」
「유비!」
통로의 중앙에서, 두 사람은 서로 꼭 껴안는다.
「일 끝난거지. 어서와, 관우」
관우의 귓가에, 유비가 속삭인다.
조조가 다가왔던 충격으로 웅성거리던 마음이, 유비의 한마디에 침착함을 되찾는다.
유비가 꺼낸『어서와』란 한마디가, 얼마나 자신을 달래주는지를 관우는 재차 느끼고 있었다.
「이봐, 기다려라!」
유비를 뒤쫓아 온 것은 하후돈이었다.
「마음대로 저택 안을 돌아다니다니. 자, 와라」
「싫어─! 나 관우랑 같이 있을꺼야!」
유비가 관우의 팔에 달라붙는다.
억지로 둘을 갈라놓으려는 하후돈에게, 조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됐다. 이쪽의 이야기는 끝났다」
조조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가도 좋다, 관우」
관우는 말없이 조조를 노려보며, 유비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떠나간다.
「하후돈, 도대체 무슨 일이였지?」
「네」
하후돈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유비에게 그 십삼지의 여자가 저택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무심코 흘려버려, 그 결과 이렇게.
면목 없습니다」
「아니, 너에게 감사하고 싶은 기분이다.
네 덕분에, 나는 눈을 뜰 수 있었으니까」
「아, 네」
조조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하후돈은 조금 곤란해한다.
「이제 물러가라. 조금 혼자있고 싶다」
「네, 실례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하후돈은 자리를 떠난다.
혼자남은 조조는, 자조어린 기색으로 중얼거린다.
「고작『장기짝』을 상대로 내가 흥분할꺼라곤…」
잠깐 사이를 두고, 조조는 가볍게 웃는다.
「훗, 하후돈의 말대로다. 방심하면 안되는 여자일지도 모르겠군」
【五】
잠깐 유비와 대화를 나누고, 관우는 조조의 저택을 뒤로한다.
벌써 마을에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자, 나도 돌아가지 않으면」
묘족의 주둔지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관우의 귀에 그 목소리가 들린다.
「누님!」
장비였다.
이쪽을 향해 달려온다.
(설마, 또 끈질기에 옷을 권하지는 않겠지?)
긴장하는 관우였지만, 조금 모습이 달랐다.
눈 앞까지 다가온 장비는, 깊게 고개를 숙인다.
「미안해! 누님 혼자서 조조한테 가게 만들다니. 괜찮았어? 무슨 일 없었어?」
조조가 꽉 껴안았던 것이 떠올랐지만, 관우는 아무일도 없던던 것 처럼 대답했다.
「걱정 안해도 돼. 단지 보고했던거 뿐이니까」
「다행이다 ─. 하지만, 진짜 미안해! 이젠 절대로 누님 혼자 보내지 않을테니까!」
장비가 다시 관우에게 고개를 숙인 직후였다.
이번엔 조운이 관우의 곁으로 달려든다.
이쪽도 또, 관우에게 사죄의 말을 전한다.
「관우, 너의 의견도 듣지않고, 억지로 이야기를 진행기켜버려 정말로 미안했다」
「그건 나도 같은 죄야. 누님을 내버려두고 멋대로 들떠버려서」
어두운 안색으로 그렇게 말하고나서, 장비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누님. 조운이랑 잔뜩 말했지만, 결국 누님에게는,
그런 화려한 옷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되서」
「아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너의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을 잊고있었다니. 나는 자신을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조운이 크게 탄식한다.
본래 자신의 매력을 인정받아, 관우는 기쁨과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만약, 이런 어리석은 나를 용서해준다면.
내가 낙양을 떠날때까지 잠시동안, 함께 해주지 않겠는가?」
진지한 시선의 조운에, 관우는 크게 수긍했다.
「네, 물론이에요」
「잠깐 기다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장비였다.
방해하겠다는 듯이 두 사람의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다.
「누님, 그렇게 한가하지 않겠지? 모두, 기다리고 있으니까 빨리 돌아가자구!」
「괜찮아. 늦어질지도 모른다고 제대로 전해두고 왔으니까. 걱정되면 장비만 먼저 돌아갈래?」
「그렇다. 너까지 우리들과 어울릴 필요는 없다」
한결같이 상쾌하게 조운이 말한다.
「노, 농담하지 말라구! 물론 나도 같이갈꺼야! 어딜가든 따라갈테니까!」
장비의 단호한 결의가, 밤 거리에 울려퍼졌다.